[사설] 재.보선이 남긴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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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그토록 시끄럽던 재.보선이 끝난만큼 여야는 빨리 정국을 정상화해야 한다.

규제개혁.민생관련 법안과 정부조직법 개정안.추경예산안 등 널려 있는 시급한 현안을 처리하자면 한시가 바쁘다.

우리는 정국 정상화와 함께 이번 재.보선에서 드러난 심각한 문제점들에 대한 여야의 맹성 (猛省) 과 개선책 마련을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이번 재.보선은 지난달 17일 여야 총재회담에서 나온 '큰 정치로 미래지향적 국정운영에 상호 노력한다' 는 합의문의 정신을 실천할 첫 무대이자 기회였다.

결과는 어떠했는가.

불법시비와 저질 인신공격으로 점철된 혼탁.타락선거였다.

합의문과는 정반대로 좁쌀정치.구시대 행태의 되풀이로 일관했다.

고소.고발사태가 잇따랐는데, 우리는 거론된 탈법의혹의 정도나 고발 건수, 집권당이라는 책임의 막중함으로 보아 여당쪽의 무리와 잘못이 더 심했다고 판단한다.

관계당국은 선거관련 불법행위를 철저히 조사, 엄정처리해야 할 것이다.

선거운동 과정에서는 나 몰라라 하다가 개표 종료후 "국민의 비판을 겸허히 수용" 운운하는 뻔뻔스런 행태에 접해서는 사실 메스꺼움마저 느끼는 국민이 많을 것이다.

또 선관위도 이번에 매끄럽지 못한 선거관리와 오해를 부른 가정통신문 발송, 불법.타락에 대한 무기력한 모습 등에 대해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리고 재.보선에 관한 현행 제도가 마치 혼탁선거의 원인인 양 몰고가는 일부의 논의는 온당치 않다는 게 우리 견해다.

국회의원을 선거구의 일개 동책 (洞責) 으로 둔갑.타락시킨 행위를 현행 선거제도가 조장했다는 말인가.

우리는 재.보선 사유 발생후 90일 이내로 돼 있는 재.보선 실시시기를 늘리는 것을 포함, 관련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문제의 핵심은 어디까지나 정치인과 정당에 있다고 본다.

그들이 최소한의 준법과 민주의식을 가져야 어떤 제도라도 실효성이 보장된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고자 한다.

중앙당이 대거 지원에 나서는 행태를 지양하겠다는 여당측의 다짐은 비록 뒷북치기지만 귀담아 들을만한 것은 사실이다.

곧 이어 실시될 또다른 재선거의 현장에서 정치권의 공명선거 다짐이 어떻게 구현될지 지켜볼 것이다.

선거결과는 공동여당이 국회의석 2개를 더하고 야당이 안양시장 선거에서 승리해 전체적으로 여든 야든 어느 한 쪽의 독주를 바라지 않는 민심을 보여주었다.

낮은 투표율은 기성정치를 불신하는 유권자의 불만표출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여야 총재는 지난달 회담에서 국정의 동반자로 생산적인 정책경쟁을 펼치고,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새로운 정치구현에 앞장서자고 다짐했다.

두 지도자의 말대로 남은 임시국회 일정을 포함, 정치권에 정치개혁과 정책경쟁의 활기가 되살아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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