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총재회담 합의를 살리자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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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과 이회창 (李會昌) 한나라당 총재가 정상적 정국운영에 합의한 것을 환영한다.

여야관계가 경제난국 속에서도 줄곧 대결국면으로 흘러 조속한 경제회복은 물론 21세기를 앞둔 국가의 진운을 가로막는 중대한 장애요인으로 기능함으로써 국민의 지탄을 받아 온 점을 감안할 때 여야간 관계정상화의 출발점을 마련한 이번 여야총재회담은 만시지탄의 감을 떨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은 물론 야당도 비상한 각오로 합의사항을 성실하고 진지하게 실천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야 할 것임을 거듭 강조하면서 선언적 의미의 합의사항이 정치현실로 국민에게 체감되도록 하기 위해 다음 몇가지 사항을 당부하고자 한다.

첫째, 여야총재는 '과거의 굴레에서 벗어나 큰 정치로 미래지향적 국정운영 실현에 상호 노력한다' 는 합의문 1항의 실현을 위해 지금까지와 같은 소아병적 자세를 버려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정을 책임진 여권이 훨씬 더 아량과 금도 (襟度) 를 보이는 등 책임이 큼은 말할 것도 없다.

다행히 金대통령이 더 이상의 인위적 정계개편이나 과거캐기의 사정 (司正) , 도청 등은 없을 것임을 약속한 점에 우리는 주목한다.

이러한 대통령의 약속이 정부와 여당의 국정운영의 지표로 정착되도록 여권 수뇌부는 구체적 실행방안을 세우고 실천해야 한다.

힘을 가진 여권이 성의를 보일 때 야당도 피해의식과 위기의식에서 벗어나 국정의 한 축을 담당하는 야당 본래의 자세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리는 믿는다.

과거 집권경험을 가졌던 야당도 정부.여당의 국정운영에 합리적으로 협조할 것은 협조하고 비판.견제할 것은 추궁하는 대승적 자세를 가져야 할 것임을 강조한다.

사사건건 뒷다리를 잡아당기는 식의 정치행태는 집권경험을 가졌던 정당으로서 해서는 안될 금기사항이다.

둘째, 다 함께 이기는 정치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함께 이기는 정치는 국민의 지지를 더 이끌어내는 정책경쟁에 있다고 우리는 믿는다.

여야간의 격심한 정쟁이 국민의 정치불신을 심화시켰다는 반성을 토대로 여야는 국회에서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역점을 둔 정책경쟁을 한다면 소모적인 투쟁과 대치국면은 지양될 것이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셋째, 양당 총재간에 인식차를 현저히 보인 정치개혁이 또다른 정쟁의 불씨가 되지 않도록 상호간에 충분한 대화를 하도록 권고한다.

金대통령은 선거구제 등 정치관계법 개혁을 선행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지만 李총재는 내각제개헌 여부에 대한 여권의 결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상호간에 논란의 초점으로 떠오를 전망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여야총재간 회담이 정치안정과 발전의 토대가 돼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면서 합의사항의 실행여부를 주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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