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E] 처음 수출한 한글, 세계 공용문자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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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을 공식 문자로 도입한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 초등학생들이 한글 교재를 보며 공부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글이 처음으로 해외 소수민족의 공식 문자로 채택됐다. <본지 8월 7일자 24면 기사 참조>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주 부톤섬 바우바우시에 거주하는 찌아찌아족은 독자적인 언어는 갖고 있지만 이를 표기할 문자가 없어 그 언어가 소멸 위기에 처해 있었다. 훈민정음학회의 노력으로 찌아찌아족 학생들은 한글로 된 교과서를 통해 민족 언어를 배우고 그들의 문화와 전통을 이어나갈 수 있게 됐다.

최초의 한글 수출 이후에 남은 과제를 묻는 기사도 있다. 배우기 쉽고 과학적인 한글의 우수성은 인정하지만 진정한 세계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한글로 된 고급 콘텐트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본지 8월 27일자 41면 기사 참조> 두 기사를 읽고 한글 세계화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자.

◆생각 키우기

① 한글을 선택한 까닭은

한글은 소리와 문자가 일대일 대응을 이루는 유일한 표기 수단이다. 영어 역시 한글처럼 소리를 기호로 나타낸 표음문자이지만 한글과 달리 발음기호를 따로 사용하고 있다.

한글의 정확한 표음성은 창제 당시부터 강조됐다. 집현전 학자였던 정인지(1396~1478)는 『훈민정음 해례』 서문을 통해 ‘닭의 울음소리까지 표기할 수 있는 문자’라며 완벽한 소리글자를 만들어낸 자신감을 피력했다. 소수민족의 언어가 가진 다양하고 독특한 발음을 혼란 없이 표기할 최적의 조건을 갖춘 셈이다.

찌아찌아어 교과서를 만든 이호영 서울대 언어학과 교수는 “신장된 국력과 한류(韓流)의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② 한글 수출의 목적과 의미는

7000여 개에 달하는 세계 언어 중 절반은 2100년까지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WP)가 올 3월 보도한 바 있다. 유네스코는 “하나의 언어가 사라지면 우리는 인간의 사고와 세계관에 대해 인식하고 이해하는 도구를 영원히 잃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 언어학계는 소멸 위기에 처한 소수민족의 언어를 보존하고 교육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글이 담당해야 할 역할이 여기에 있다. 자기 문자가 없는 소수민족의 언어를 한글로 기록함으로써 인류 문화의 다양성을 유지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의미다.

③ 한글 세계화를 위한 과제는

소설 『대지』의 작가 펄벅(1892~1973)은 한글에 대해 “24개의 단순한 알파벳과 몇 가지 조합 규칙만으로 무한수에 가까운 소리를 표현해낼 수 있는 놀라운 언어”라고 극찬했다. 이 같은 한글의 과학적이고 간결한 체계 덕분에 우리나라의 문맹률은 1%에도 못 미친다. 유네스코가 세종대왕의 탄신일인 9월 8일을 ‘세계 문맹 퇴치의 날’로 정하고 문맹 퇴치에 기여를 한 개인·단체에 수여하는 상을 ‘세종대왕 문해(文解)상’으로 정한 이유다.

한글의 우수성이 표기 수단의 측면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찌아찌아족이 한글을 받아들이는 데 한류의 도움이 컸듯 한글로 소통할 수 있는 질 높은 문화 콘텐트를 개발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문자의 과학성만 강조하는 대신 우수한 콘텐트로 한국과 한국 문화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는 일이 곧 한글 세계화의 초석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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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수 기자

※www.jnie.co.kr에 생각키우기 문제와 예시 답안이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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