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스포츠 프로의 성공과 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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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국축구의 '독수리' 최용수가 아시아축구선수로서는 사상 최고의 이적료인 5백만달러 (약 60억원) 를 받고 영국의 프로축구에 진출한다.

개인연봉은 70만달러라지만 소속구단에 지급하는 그의 '몸값' 은 모셔가는 쪽에서 보면 엄청나다.

그뿐인가.

아시안게임에서 진가를 발휘했던 국내최고의 아마투수 김병현은 계약금 2백25만달러로 미국 메이저리그구단에 스카우트됐다.

LA 다저스의 박찬호는 계약연봉이 1백20만달러, 여자프로골프의 '신인돌풍' 박세리는 데뷔 첫해에 상금만 1백만달러 가까이 거머쥐었다.

프로스포츠 세계가 급속히 글로벌화하면서 스포츠영웅들의 국경이 흐려지고,치열한 스카우트 경쟁 때문에 하루아침에 수십억원의 돈방석에 앉는 글로벌 슈퍼스타들이 속출하고 있다.

아마야구의 최강국 쿠바도 야구선수들의 일본진출을 허용한다고 한다.

프로스포츠는 '돈만 밝히고, 다른 팀으로의 이적은 돈에 팔려가는 것' 으로 사악시하던 시대도 있었다.

안방TV 앞에 국경이 무너지면서 스포츠팬들은 살고 있는 나라나 지역이 어디든 '세계 최고 수준의 게임' 을 보기를 원한다.

아마정신을 금과옥조로 삼는 올림픽이 프로들의 경연무대로 변한 것도 이 때문이다.

최고수준의 게임이라야 관객이 열광하고 스폰서가 다투어 붙고 흥행이 된다.

'자기 분야에서 세계 최고' 가 곧 프로정신이고 명예와 돈은 부차적인 것이다.

중국사람들은 자기네 총리이름은 몰라도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은 안다고 한다.

그 인기와 글로벌 상혼 (商魂) 이 맞물리면서 연간 로열티만 몇억달러가 되는 '1인산업' 들도 생겨나고 있다.

글로벌 슈퍼스타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자라나는 '글로벌 10대' 들의 가치관도 달라지고 있다.

장차 희망으로 대통령이나 기업가.법관이 되기보다는 스포츠 슈퍼스타를 더 많이 꿈꾼다고 한다.

미국의 젊은 주부들 중에 아들을 미식축구 쿼터백으로 키우려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프로의 길은 곧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것이다.

이것이 어찌 스포츠 세계만의 일이랴. 세계적 명문 하버드대학의 경쟁력 비결은 '각 분야에서 세계최고들을 모셔오는 데 있다' 고 한다.

박찬호 때문에 한국 안방에 미국프로야구 경기 중계가 일상화되고, 월드컵대회를 계기로 한국프로축구의 열기가 불붙었다.

제2, 제3의 박세리를 향한 골프 꿈나무들의 발돋움도 한창이다.

선수들의 기량과 함께 관중과 시청자들의 보는 수준도 '세계화' 되고 있다.

이 요구 수준에 맞추지 못하면 국제적 성공은 고사하고 국내에서도 살아남지 못한다.

영광 못지 않게 냉엄한 것이 프로의 세계다.

슈퍼스타는 하루아침에 태어나지 않는다.

본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싹을 일찍부터 발견하고, 뒷받침하는 지원과 사회적 인내가 중요하다.

스포츠프로들의 '글로벌 성공' 은 개인의 기량을 넘어 그 사회의 다양한 가치관과 잠재력 및 프로정신의 산물이란 점을 되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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