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탄핵부결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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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워싱턴.런던.파리 = 외신종합]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가운데 1년여를 끌어온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의 섹스 스캔들이 12일 (현지시간) 윌리엄 렌퀴스트 대법원장의 탄핵 부결 선언으로 막을 내렸다.

예상보다 많은 이탈표가 나온 공화당이 적잖이 당황하는 가운데 당사자인 클린턴 대통령은 애써 태연해 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 언론들은 이번 스캔들 최고의 승자는 끝까지 의연한 모습을 보인 대통령 부인 힐러리와 연이은 특종 보도를 한 인터넷 신문 드러지 리포트라고 입을 모았다.

○…이날 탄핵재판은 낮 12시가 조금 지나 렌퀴스트 대법원장이 개의를 선언하면서 시작됐다.

표결은 대법원장이 1백명의 상원의원을 알파벳 순으로 호명하면 의원들이 투표하는 방식으로 진행, 40분만에 끝났다.

렌퀴스트 대법원장은 탄핵안 투표가 재판이라는 점을 상기시키며 "의사표시는 유죄 (guilty) 또는 무죄 (not guilty) 로 해달라" 고 당부.

○…공화당 트렌트 롯 상원 원내총무는 탄핵안 부결에도 불구하고 "사법 방해 혐의에서 50대50의 표결 결과는 유죄를 입증하는 것" 이라고 주장. 그는 민주당은 당파적인 이해로 전원이 똑같이 반대표를 던졌지만 공화당은 찬반이 엇갈리는 초당파적인 소신투표를 했다고 애써 자위.

공화당 전국위원회의 짐 니컬슨 의장은 "헌법에 따라 의무를 다한 사람들에게 정치적으로 보복해서는 안될 것" 이라며 클린턴 대통령에게 정치보복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편 클린턴 대통령의 탄핵을 주도했던 헨리 하이드 하원 법사위원장은 케네스 스타 특별검사에게 "클린턴 대통령을 형사범으로 기소해서는 안된다" 고 촉구해 눈길.

○…클린턴 대통령은 12일 상원에서 탄핵안 표결이 진행되는 동안 백악관 체육관에서 시간을 보냈다. 조 록하트 대변인은 "대통령이 상원 표결 후 처음에는 백악관 체육관에서 운동을 했고 나중에는 성명서를 준비하며 시간을 보냈다" 고 설명.

○…이번 사건 조사와 탄핵재판에 쓴 법정 비용은 모두 5천만달러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 특별검사는 변호사.연방수사국 (FBI) 요원.조사자들에게 4천만달러, 클린턴 대통령은 폴라 존스 성희롱사건의 해결을 위한 배상금 85만달러를 제외하고도 법정비용에 1천만달러를 쓴 것으로 추정.

○…프랑스 방송 TF1은 "이 사건에서는 승자는 별로 없고 패자만 많을 뿐" 이라며 "잿더미에서 부활한 클린턴도 명백한 패자" 라고 지적. 영국의 채널4는 클린턴이 대통령직 위상을 세우는데 한해를 보내게 될 것이라며 승자는 힐러리와 인터넷 신문 드러지 리포트라는 의견을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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