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실효성있는 실업대책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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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올해 상반기 실업자가 2백만명을 넘어서리라는 민간기관들의 어두운 전망이 다투어 나오는 가운데 정부가 실업대책을 내놓았다.

정부대책의 중요 줄거리는 올해 실업률과 실업자를 연평균 각각 7.5%와 1백63만명으로 보고 7조7천억원의 예산을 투입, 4백75만명에게 공공근로사업과 실업급여를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지난해보다 예산은 2조원, 수혜인원도 1백75만명이 늘어난 것이다.

또한 정책의 골격을 일자리창출과 취업능력 제고, 사회안전망 확충, 그리고 실업정보 체계화라는 네가지 방향으로 잡고 특히 올봄에는 추가적인 대량실업사태가 예견되는 만큼 사회간접투자 등 예산을 집중적으로 상반기에 쏟아부어 고실업이 가져올지도 모를 사회적 충격을 흡수하겠다는 복안이다.

실업대책은 궁극적으로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 입장에선 당장 늘어나는 실업자 가계의 최소한 생계유지 등 고실업의 압력을 완화하지 않고는 정상적인 경제운용을 할 수 없다는 데서 이같은 정책방향은 일단 수긍할 수 있다.

또한 올해 대책은 대량실업의 첫해였던 지난해와 달리 현 정부의 임기와 궤를 같이하는 다년도 중기전망 위에 수립됐다는 점도 평가할 대목이다.

그러나 이번 대책이 쏟아지는 실업자와 거기서 파생하는 경제.사회문제를 적절히 수습해 과연 실업문제를 연착륙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실업대책은 단순히 대량의 예산투입만이 능사가 아니어서 양과 질을 동시에 고려한 효율성이 우선돼야 한다.

미증유의 실업사태가 별안간 닥친 점도 있지만 지난해 정부의 실업대책에는 허점도 많았다.

우선 공공근로사업의 경우 부적격자의 참여가 적지 않았고 직업훈련도 양적 확대에 치우쳐 실직자가 필요로 하는 수요자중심의 훈련시스템이 결여됐었다.

특히 공공근로사업의 경우 농촌지역에서는 참가자격을 가진 실업자가 거의 없어 일반 농민들이 동원돼 시간을 채우고 일당을 챙기는 사례까지 있었다.

이와 함께 실업자에 관한 데이터베이스구축 등 실업에 대한 정보와 전달체계의 미비도 실업대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시급히 손질돼야 할 부문이다.

단순히 고용문제만이 아닌 노사문제도 올해 우리가 넘겨야 할 고비다.

이미 대기업의 빅딜과정에서 노동계가 내연 (內燃) 해 오듯 근로자들이 구조조정과 정리해고에 반발, 파업 등에 나설 경우 구조조정의 지연은 물론 실업문제 해결도 발목을 잡힐 가능성이 크다.

이를 위해선 노사정위의 원만한 운영 등 정부부처간의 공조가 더욱 절실하다.

정부가 단순히 공공부조의 성격으로 고용문제에 대처하는 데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일자리를 창출해내려면 결국 민간기업들이 살아나야 한다.

철저한 기업들의 구조조정노력과 더불어 정부도 지식정보사회를 앞두고 정보통신.메카트로닉스 등 지식기반산업에 대한 일자리창출 등 민간기업 지원을 대폭 확대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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