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광 오바마 휴가 가서 읽는 책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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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오른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토머스 프리드먼의 『뜨겁고, 평평하고, 붐비는 세계(Hot, Flat and Crowded)』, 조지 펠레카노스의 『더 웨이 홈(The Way Home)』, 리처드 프라이스의 『러시 라이프(Lush Life)』, 켄트 하루프의 『플레인송(Plainsong)』, 데이비드 매컬로프의 『존 애덤스(John Adams)』 이다.

독서광으로 소문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취임 후 맞은 첫 여름휴가도 책에 파묻혀 보낼 전망이다.

CNN과 월스트리트 저널(WSJ) 등 미국 언론들은 24일 매사추세츠주 고급 휴양지 마서스 비니어드 섬으로 가족과 함께 휴가를 떠난 오바마 대통령이 챙겨 간 5권의 도서 목록을 관심 있게 보도했다. 5권의 책은 총 2300쪽이다. 오바마가 일주일 휴가 동안 완독하려면 하루에 300쪽 이상 읽어야 하는 분량이다. CNN은 “5권 중 4권은 오디오북으로 나와 있어 오바마 대통령은 아이팟으로 책을 들을 수 있지만, 4권을 듣는 데만 40시간 이상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WSJ은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휴가의 최우선 목표가 가족들과 함께 푹 쉬는 것이라고 밝혔지만 그의 책 목록은 휴가 기간에도 내려놓을 수 없는 국정의 고민을 반영한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USA투데이는 “오바마 대통령이 휴가 첫날 아침 부인 미셸과 테니스를 쳤고 오후에는 보좌관 마빈 니컬슨, 친구인 에릭 니컬슨, UBS 로버트 울프 회장과 5시간 동안 18홀 골프를 쳤다”고 전하며 “챙겨 간 책을 다 소화하려면 좀 더 분발해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녹색혁명의 바이블=오바마의 책 보따리 속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뉴욕 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의 신작 『뜨겁고, 평평하고, 붐비는 세계(Hot, Flat and Crowded)』다.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로 한국 독자들에게도 잘 알려진 프리드먼은 이 책에서 기후변화 문제와 에너지 위기에 대한 신속한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그는 미국의 에너지 과소비를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다가올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녹색혁명이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LAT)는 “재미로 읽는 책이라기보다는 숙제 같은 책”이라며 “지난해 대선 후보 시절부터 미국의 신성장 동력으로 ‘녹색혁명’을 주창해 온 오바마 대통령에게 바이블 같은 책”이라고 평했다.

◆선배에게 배우는 통치 비법=역사학자 데이비드 매컬로프의 저서 『존 애덤스(John Adams)』도 목록에 들어 있다. 미국 제2대 대통령을 지낸 애덤스의 일생을 다뤘다.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이나 미국 헌법의 기초를 닦은 토머스 제퍼슨, 벤저민 프랭클린 등의 유명세에 가려 있던 애덤스를 재조명했다. 공화파와 연방파의 대립이 극심했던 건국 초기에 그는 탁월한 통찰력과 미래에 대한 혜안으로 미국을 이끈다. 의료보험 개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놓고 ‘통치’에 대한 고민이 깊은 오바마에게 지침서가 될 만한 책이다.

◆인생을 다룬 소설들=청소년 시절 탈선한 아들이 올바른 삶으로 복귀하는 과정과 아버지의 용서를 그린 조지 펠레카노스의 『더 웨이 홈(The Way Home)』, 뉴욕 맨해튼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을 통해 빛나는 도시의 이면을 파헤친 리처드 프라이스의 『러시 라이프(Lush Life)』, 콜로라도 덴버 근처에 있는 가상 도시 ‘홀트’를 배경으로 그곳에 사는 주민들의 일상을 다룬 감동적인 소설 켄트 하루프의 『플레인송(Plainsong)』이다.

이에스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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