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고통스러운 법조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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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법조계가 요즘 '왕따' 를 당하고 있다.

판.검사와 변호사로 이뤄진 법조 3륜 (三輪) 전체가 국민으로부터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한 중견 변호사는 "TV 뉴스가 시작되면 아이들을 공부하라고 서둘러 방으로 쫓아보낸다" 고 탄식했다.

법조인들도 항변할 대목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한 중견 법관은 "명색이 판사인데 일가 친척이나 친구가 찾아와 변호사를 소개시켜 달라고 하면 어떻게 그걸 뿌리치느냐" 며 "의사가 자기 전공분야가 아닌 환자를 위해 다른 의사를 소개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고 항변했다.

알선료를 받아 챙기거나 자기가 담당한 사건이 아니라면 소개를 안해주는 게 오히려 상식에 반 (反) 한다는 것이다.

입장을 바꿔보면 의뢰인들은 사돈의 팔촌을 동원해서라도 '좋은 변호사' 를 소개 받으려고 기를 쓰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소개 한번 했다고 무작정 비리 판.검사로 내모는 건 너무하다" 는 항변에 일리가 있다.

대부분의 경우 선 (善) 보다 악 (惡) 이 부풀려지게 마련이다.

법조계에 대한 세간의 손가락질은 추측 또는 과장된 소문에서 연유한 것도 많을 것이다.

엘리트층에 대한 일반의 막연한 반감도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법조계는 고통스러울 것이다.

"미꾸라지 몇마리가 물을 흐린 건데…" 라는 반박도 이해할 만 하다.

그러나 무엇 때문에 사회 전체가 법조계에 대해 "너 잘 걸렸다" 는 식으로 들고 일어서는지 곰곰히 따져볼 필요도 있다.

그리고 그걸 토대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 언론과 여론 역시 '리스트' 운운하며 무차별식 마녀사냥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자성해야 할 것 같다.

무엇보다 수사를 맡은 검찰이 투명하게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

비리가 있는 사람은 엄격하게 처벌하고 억울한 사람에 대해선 분명하게 '연루자' 란 오명을 벗겨줘야 한다.

대전 사태가 발생하자 누굴 뭐라고 할 처지가 아닌 정치권이 당장 '법조개혁' 을 들고 나왔다.

'개혁은 스스로 안하면 남이 칼을 들고 찾아온다' 는 교훈을 법조계는 비싸게 배우고 있는 셈이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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