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풍산 '유로동전'특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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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경남 온산에 있는 ㈜풍산의 소전 (素錢) 공장 종업원들은 요즘 하루 3교대로 24시간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최근 출범한 유럽 11개국의 단일통화 '유로' 소전 (무늬를 새기지 않은 상태의 동전) 납기를 맞추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생산라인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기업들이 유로화에 대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이곳은 '유로화' 특수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풍산 대외협력팀 정채명 과장은 "휴일도 없이 시설을 풀 가동중" 이라면서 "특히 유로는 다른 동전과 달리 인공지능과 위조방지 기능 등을 갖고 있는 최첨단 주화로 부가가치도 그만큼 높아 올 흑자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고 말했다.

◇ 풍산이 얼마나 공급하나 = 올해부터 유로화 체제가 공식출범했지만 주화와 지폐가 실제로 유통되는 시기는 2002년. 그때까지 유럽 각국은 소전을 생산하는 업체를 골라 제품을 공급받은 뒤 무늬를 새겨 중앙은행 창고에 보관해야 한다.

유로화 동전 소요량은 약 35만t. 제조금액은 15억달러로 예상된다. 풍산은 이중 4분의1인 9만t (약 4억달러)가량의 소전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풍산은 지난해 7월 1차분으로 스페인과 네덜란드에서 5천t (1천7백만달러 어치) 을 수주한 바 있다. 풍산 해외영업담당 김시근 (金是根) 이사는 "바이메탈 및 노르딕 골드 등 첨단기술을 갖고 있는데다 연간 2만5천t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업체와의 수주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 것" 이라고 전망했다.

풍산은 현재 영국의 로열 민트.프랑스 민트.독일 쿠루프 VDM 등 5~6개 업체들과 치열한 소전 수주경쟁을 벌이고 있다.

◇ 유로화 동전이란 = 금세기 '화폐의 꽃' 으로 불릴 만큼 최첨단 기술이 집약됐다. 그동안 자판기는 동전의 크기와 무게로 인식했으나 유로 동전은 합금성분에 따라 얼마짜리인지를 인식한다. 비슷한 무게의 다른 동전으로는 자판기 사용이 어려운 것. 이 때문에 위조가 거의 불가능한 게 특징이다.

풍산이 공급하는 동전은 세가지. 1, 2, 5센트 짜리는 외부를 동으로 도금한 스틸 소재로 적동색이다. 테두리는 요철형태로 돼 있다. 10, 20, 50센트 짜리는 구리.알루미늄.주석 등을 섞은 노르딕 골드 기술을 사용했다. 위조방지를 위해 독특한 전기전도성을 넣었다. 빛이 은은해 귀금속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기술은 스웨덴이 처음 개발했으나 풍산도 지난해초 자체 개발했다.

1, 2유로 동전은 바이메탈과 클래드 방식이 결합된 세계 최초의 주화모델. 고도의 결합 및 압착기술이 필요한 바이메탈과 클래드 기술은 풍산이 90년초 개발해 특허권을 갖고 있다. 위조가 불가능하며 식별이 쉽고 다양한 색상표현이 가능하다.

김동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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