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알면 더 재밌다] 역도는 역도가 아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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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 100년 전 세인트루이스 올림픽에서 미국의 프리데릭 윈터스가 한손 들기를 하고 있다.

역도는 고대올림픽에도 있었다. 하지만 개별종목은 아니었다. 무거운 물건을 들고 달리는 육상의 한 종목이었다. 근대올림픽에서도 역도는 1904년 세인트루이스 대회(제3회)까지 체조에 속해 있었다. 한손 또는 양손으로 바벨을 몇번이나 들어올리느냐를 겨뤘고, 이를 '연기'로 봤던 셈이다. 정식으로 개별종목이 된 건 28년 암스테르담 대회부터다.

역도는 보기보다 세밀한 눈치작전과 두뇌싸움이 필요한 종목이다. 코칭스태프는 엔트리 신청 때 1차 시기에 들 중량을 제출한다. 이때 평소 기록보다 무겁게 신청해 상대방의 기를 꺾을 것인지, 아니면 가볍게 신청해 상대의 방심을 유도할 것인지 결정한다.

여기에 두 가지 변수가 있다. 역도 경기에서는 적은 무게를 신청한 선수부터 바벨을 들게 된다. 한번 신청한 중량보다 낮은 중량으로는 내려갈 수가 없다. 따라서 상대가 1차 시기에 무겁게 신청했다고 무작정 따라갔다가는 세 번의 시기를 모두 놓쳐버릴 수 있다. 반대로 안정적으로 낮춰 가다가는 메달권에서 멀어진다.

북한의 '역도영웅' 이성희가 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 금메달을 놓친 게 대표적인 작전 미스 사례다. 당시 용상 세계기록(131.5kg) 보유자 이성희는 인상에서 최고(97.5kg)를 들어 금메달이 확정적이었다. 그는 용상 마지막(3차) 시기에서 122.5kg을 들었다. 2위 히메네스 멘디빌(멕시코)이 125kg을 든다 해도 계체량에서 앞선 자기가 우승할 것으로 생각한 것. 하지만 멘디빌은 3차 시기에서 과감하게 127.5kg에 도전해 성공함으로써 승부를 뒤집었다.

두뇌싸움은 경기장 밖에서도 벌어진다. 선수들은 경기 전 대기실에서 10㎏씩 무게를 늘리는 방식으로 컨디션을 맞춘다. 그런데 상대가 갑자기 중량을 올려 경기 순서가 바뀌면 컨디션 조절이 덜 된 채 경기에 나서야 한다. 전병관 여자상비군 코치는 "사기를 친다 싶을 정도로 작전싸움이 치열해 머리에 쥐가 날 정도"라고 말한다.

역도는 남자 8, 여자 7체급에서 경기가 열린다. 98년에 재조정된 것이다. 이전 기록을 참조해 세계기준기록도 만들었다. 여자는 전 체급과 종목에서 이미 기준기록을 넘은 세계기록이 나왔다. 하지만 남자는 62.85.94kg급 합계와 105kg급 용상.합계의 세계기록이 아직 무주공산으로 남아있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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