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휴대폰 제조 손 떼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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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이 휴대전화 단말기 제조업에서 손을 뗀다. 휴대전화기 자회사인 SK텔레텍('스카이' 브랜드)을 팬택 계열에 팔기로 했다. SK텔레콤은 3일 이사회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SK텔레콤은 SK텔레텍의 지분 89%(나머지 11%는 우리 사주) 중 60%를 팬택에 넘길 방침이다. 매각 대금은 3000억원(주당 6만6000원)으로 결정됐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이 최근 중국 우루무치에서 착공한 휴대전화 생산공장(연산 80만 대)도 팬택 계열로 넘어가게 됐다.

SK텔레콤 관계자는 3일 "팬택과 전략적 제휴를 위해 SK텔레텍의 지분 29%를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며 "팬택의 이사회에도 사외이사 자격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팬택 계열 관계자는"SK텔레텍은 팬택앤큐리텔이 중심이 돼 인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단말기 사업을 접는 대신 앞으로 글로벌 통신사업과 엔터테인먼트 콘텐트 사업에 집중 투자할 방침이다. 우선 국내 최대규모(700억원대)의 엔터테인먼트 펀드를 만들기로 했다. SK텔레콤 측은 "3개 창투사와 펀드 조성을 추진하고 있고 영화.드라마.음반 등에 투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올 연말 미국에서 이동전화 서비스 사업을 하는 것을 시작으로 글로벌 통신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SK텔레콤은 최근 미국 인터넷서비스회사(ISP)인 어스링크과 합작법인 'SK어스링크'를 설립했다.

한편 SK텔레텍은 1998년 출범했다. 그러나 대주주인 SK텔레콤이 99년 신세기통신을 인수해 이동전화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으면서 자회사인 SK텔레텍의 단말기 내수 생산량이 연간 120만 대로 묶였다. SK텔레텍은 지난해 6525억원의 매출에 431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국내 단말기시장 점유율은 99년 4%대에서 지난해 말 7%대로 늘었다.

이원호.이희성 기자

[뉴스분석] SKT는 이통 주력 … 단말기시장 팬택에 힘실려

SK텔레콤이 SK텔레텍을 팔기로 한 것은 휴대전화 단말기 생산에 한계를 절감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SK텔레텍의 자생 기반이 없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SK텔레콤이 이동전화시장의 절반을 차지해 자회사인 SK텔레텍의 단말기 내수 연간 공급량이 한도에 묶여 있는 데다 유럽 이동전화방식인 GSM 기술이 없어 세계시장 진출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이로 인해 국내외 단말기업체와 맞설 수 있는 생산체제를 갖출 수 없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SK텔레콤은 텔레텍을 팬택계열에 넘겨 삼성전자 등 단말기 업체를 견제하자는 SK텔레텍의 당초 설립 취지를 살리고 사업역량을 이동통신사업에 모으기 위해 매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SK텔레텍의 일부 지분을 그대로 갖고 팬택의 경영에 참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SK텔레콤은 이번 매각으로 시민단체의 눈총에서도 벗어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일부 시민단체는 "이동통신 서비스회사가 단말기 제조 자회사를 갖고 있는 것은 방송사가 TV 제조업체를 계열사로 두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난했다.

팬택과 SK텔레텍이 통합되면 단말기 국내시장도 재편된다. 지난해 팬택계열과 SK텔레텍의 내수시장 점유율을 합치면 21%에 달한다. 이는 LG전자(25%)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여기에다 내수시장에서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는 텔레텍의 '스카이' 브랜드는 팬택의 브랜드 파워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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