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문정희 '보석의 노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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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만지지 말아요

이건 나의 슬픔이에요

오랫동안 숨죽여 울며

황금시간을 으깨 만든

이것 오직 나의 것이에요

시리도록 눈부신 광채

아무도 모르는 짐짓 별과도 같은

이 영롱한 슬픔 곁으로

그 누구도 다가서지 말아요

나는 이미 깊은 슬픔에 길들어

이제 그 없이는

그래요

나는 보석도 아무것도 아니에요

- 문정희 (文貞姬.51) '보석의 노래'

때론 폭우로 퍼부어대는 정념 (情念) 인가 하면 때론 호수의 잔물결에 닿아있는 정감을 가진 이 시인에게는 시와 시인이 잘 분간되지 않는 자기동일성이 있다.

보석이 하나의 슬픔으로 바뀔 때도 보석과 슬픔은 이미 내정된 추상인지 모른다.절대조차 한갓 사랑하는 대상 앞에서는 의미가 없다.

아름답다.

고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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