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베트남 방문]정상회담 무얼 논의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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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국과 베트남은 서로를 필요로 한다.

우리에게 새로운 시장으로서의 베트남이 필요하다면 베트남은 개발모델로서의 한국이 필요하다.

15일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과 트란 둑 루옹 베트남 국가주석간의 정상회담은 이같은 양국의 입장이 그대로 투영됐다.

다른 정상회담과 달리 특별한 수사 (修辭)가 필요없는 산술적 실리회담이었다.기술과 자본을 주고 자원과 시장을 받는 것이다. 그것을 통해 미래지향적 우호협력관계를 다지자는 것이다.

그외의 모든 것은 거추장스러울 뿐이라는 게 두 정상이 회담에 임하는 자세였다. 때문에 회담도 경제 중심으로 진행됐다.

金대통령은 회담에서 우리 업체의 정보통신사업 참여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다. 베트남은 96년부터 2000년까지 36억달러의 통신사업 투자계획을 갖고 있다. 우리의 앞선 기술을 베트남이 사달라는 주문이다. 루옹 주석도 지원용의를 표했다. 오히려 한국 기업 때문에 덕을 봤다며 감사했다.

이미 우리의 SK텔레콤은 이동통신 파트너로 선정돼 합작조건을 협의중이다.

金대통령은 우리 건설업체에 대한 배려도 부탁했다. 호치민~프놈펜 도로공사, 카이란 항만공사를 따낼 수 있도록 해달라는 얘기였다.

내년 상반기중 총 5억달러 규모의 6개 대형공사 입찰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루옹 주석은 이에 대해서도 협조의사를 밝혔다. 현재 베트남에는 12개의 우리 건설업체가 진출해 있다. 수교 이후 13억8천8백만달러 규모의 공사를 따내기도 했다. 시공중인 곳만도 16군데, 8억4천2백만달러 규모다.

이와 함께 金대통령은 우리의 자원개발 참여확대를 요청했다. 루옹 주석은 우리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미 우리의 석유개발공사 등이 3곳에서 탐사개발권을 따낸 바 있다.

金대통령은 베트남에 대해 별도의 배려도 했다. 시장잠재성에 대한 상당한 투자를 한 것이다.

金대통령은 우리의 대외경제협력기금 (EDCF) 차관지원 (유상지원) 을 추가해주기로 했다.

1천4백만달러를 추가 지원해 도로.상수도.발전소 사업을 지원키로 했다. 베트남이 요청한 백신공장 건설에도 2천8백50만달러를 지원키로 했다. 내년에도 4천2백50만달러를 지원한다. 그러나 결국은 그 사업에 참여하는 우리 업체가 덕을 본다.

무상지원도 눈에 띈다. 내년은 올해보다 17% 증가한 3백만달러를 주기로 했다. 특히 하노이 신도시개발 타당성 조사사업에 총 1백만달러를 무상으로 지원해준다. 하노이 신도시 건설에 참여하려는 의도다. 루옹 주석은 한국 업체들의 참여를 희망했다.

우리는 이미 수교 이후 베트남에 총 1천5백50만달러를 무상으로 지원해 준 바 있다. 중국 다음이다.

루옹 주석은 "빈곤한 국가의 경제발전과 인민생활의 향상을 위해 한국민이 보여준 성의에 감사한다" 고 말했다.

임동원 (林東源)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이날 회담을 "서로를 필요로 하기에 두 정상이 의기투합한 회담이었다" 고 평했다.

하노이 = 이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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