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그룹 구조조정에 협력·납품업체 술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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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삼성자동차 - 대우전자의 빅딜에다 자동차 업계 개편, 항공기.철도차량 통합법인 설립 등 5대 그룹의 구조조정에 따라 협력.납품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인수.합병이 진행되면서 많은 중소업체들이 납품처를 잃게 되고 경쟁업체들도 인수.합병이 불가피하기 때문.

한 관계자는 "대형화로 경쟁력을 갖춘 부품업체가 생겨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납품업체에서 탈락하는 많은 곳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7사 체제에서 2사 체제로 축소되는 자동차는 납품업체 수가 많아 가장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 자동차 = 현대자동차의 기아.아시아 인수, 대우자동차의 삼성자동차 인수로 기아.아시아나 삼성 협력업체는 대거 탈락할 운명에 처하게 됐다. 또 현대차의 현대정공 합병과 대우차의 쌍용차 합병 과정에서도 상당수 납품업체의 정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기아 납품업체는 현대가 중복차종을 대거 단종할 가능성이 커 심각한 타격이 있을 것으로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관계자들은 기아 1차 납품업체 2백65개사 중 1백20여개 정도는 탈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95개인 삼성 납품업체도 비슷한 처지. 게다가 현대.대우가 부품통합 발주 등으로 부품업체의 대형화를 유도할 것으로 보여 추가로 상당수 업체의 정리될 것으로 점쳐진다.

자동차공업협동조합의 고문수 상무는 "일본 도요타 자동차는 1차 납품업체가 2백개 미만인 것을 고려할 때 국내 부품업체도 대형화가 바람직한 추세" 라면서도 "2000년까지 현재 1천1백여개인 1차 납품업체중 최소한 30%는 탈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 가전 = 삼성전자 7백여개, 대우전자 1천5백여개의 납품업체 가운데 핵심 납품업체는 각사별로 2백~3백개 정도이며, 이들 핵심업체중 약 20%는 양사에 동시 납품하고 있다.

삼성의 대우 인수후에도 당분간 대우 납품업체들이 계속 부품을 공급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론 상당수 대우전자 납품업체들의 피해가 예상된다.

◇ 반도체 = 장비.소재 등 핵심 납품업체는 KC테크.미래산업 등 2백여개. 이들은 현대전자.LG반도체의 반도체 통합 이후에도 당분간은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이기성 사업조사부장은 "통합법인이 설립돼도 라인 축소 가능성이 희박하고 양사 생산방식이 달라 납품업체를 정리할 필요성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2천여개로 추산되는 일반 물품 납품업체들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

◇ 선박엔진 = 한중.현대중공업 양사체제로 가는 선박엔진의 부품 납품업체는 1백50여개. 이들은 올 1조원인 납품 물량이 내년에는 줄어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조선기자재협회 황금호 상무는 "앞으로 수년내 회원사중 10~20% 정도가 구조조정 여파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 철도차량.발전설비.항공기 = 일원화가 추진중인 철도차량은 통합법인 설립 과정에서 20%의 설비를 감축키로 함에 따라 일부 납품업체의 정리가 불가피한 상황.

대우중공업 관계자는 "대형 부품업체는 대부분 3사에 동시 납품하고 있어 영향이 없겠지만 군소업체는 통폐합이 이뤄질 것" 이라고 말했다.

발전설비도 한중으로 일원화됨으로써 특히 1백50여개인 삼성 납품업체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역시 일원화되는 항공기의 납품업체는 40여개에 불과한데다 납품업체마다 제품이 전문화.특화돼 있어 당장 심각한 타격은 없을 전망이다.

차진용.표재용.김종윤.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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