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리포트]경기 언제 회복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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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불과 한달반 전까지도 대부분의 경제전망은 어두운 것 일색이었다.

그러던 것이 지난달부터 정부나 정부출연 연구기관들이 "내년 상반기에 경기가 바닥을 치고 하반기에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다" 로 변하더니 2~3주 전부터는 아예 "내년 2분기에 경제성장률이 플러스로 돌아설 것이다" 가 주류를 이루게 됐다.

나라 밖의 평가도 호전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처럼 내년 성장률을 0.5%로 전망하는 곳도 있지만 미 재무부.국제통화기금 (IMF) 등 대부분의 경우는 2% 안팎의 성장을 점치고 있다.

최근 경제전망이 나아지는 데는 여러가지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시기적으로 가장 크게 작용하는 것은 대외여건의 호전이다.

엔 - 달러 환율이 유리하게 전개되고 또 중남미 등지로 확산되던 경제위기가 어느 정도 주춤해지면서 대외적 불확실성이 줄어든 것이다.

국내적 요인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한국의 구조조정에 대한 평가.

아직도 국내에는 구조조정 지연을 걱정하는 것이 주류를 이루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금융경색이 풀려갈 조짐을 보일 정도로 금융부문의 구조조정이 추진됐다는 점은 평가해야 할 것이다.

기업부문도 마찬가지다.

5대그룹의 구조조정 속도가 너무 느리다고 평가하고는 있으나 나름대로 애쓰고 있다는 점도 부분적으로나마 긍정적 전망에 일조하고 있다.

또 정부의 독려로 재벌구조조정의 구체적 계획을 연말 안에 확정짓는 것도 불확실성을 줄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국제경제기구와 미국의 긍정적 전망도 비슷한 이유에 연유하는 것 같다.

거액을 지원하며 돌봐온 한국이 경제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해야 그들의 역할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같은 배를 탄 신세' 라는 것이다.

외국투자기관들이 한국경제를 좋게 평가하기 시작한 데는 한국밖에 마땅한 투자대상이 없다는 점이 작용하는 것 같다.

이와 관련해 최근 모건 스탠리.골드먼 삭스.IMG베링스 등이 모두 한국에 대해 긍정적으로 돌아섰다.

언제쯤이면 바닥을 치고 재도약을 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의 견해차는 이제 그다지 크지 않다.

물론 구조조정이 지연돼 내년에도 경기하강이 계속될 것이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금융경색이 완화되고 해외의 호조건이 유지돼 올해말에 경기하강이 멈출 것이라는 사람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 (또는 이른 봄) 면 경기가 더 이상 꺼지지 않을 것이고, 수개월 동안 바닥을 다진 다음 하반기에 플러스 경제성장률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래서 경기반전을 체감할 정도는 아니지만 내년 전체로는 1~2%의 경제성장을 이룬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 경기회복을 지속할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2000년부터는 경기회복세가 확연해져 4~5% 정도의 '안정적 경제성장' 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본다.

내년 경기호전이 기대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올 연말까지 마련할 구조조정 (특히 기업부문의 구조조정) 의 큰 줄기를 지속적으로 실행해야 하고 또 세계경제가 불안하지 않아야 한다.

이와 관련, 내년의 회복을 오히려 바람직하지 않게 보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경기가 좀 좋아졌다고 구조조정을 멈출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경제가 다시 주저앉을 위험이 커진다는 말이다.

김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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