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한·일 순방]한-미,미-일 정상 무얼 다루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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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유동적이던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의 한국.일본 방문이 확정됐다.

19일부터 4박5일 일정으로 서울엔 20일 밤 도착, 23일 떠난다.

아시아 경제위기와 북한의 핵위협 등 산적한 동북아 문제들을 놓고 양국 정상과 긴밀한 협의를 벌이기 위해서다.

특히 경제문제는 전세계적인 경제위기 해소 여부와도 연결돼 있어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

양국 정상과 클린턴 대통령간 회담에서 논의될 주요 현안들을 살펴본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21일)에서 나눌 대화는 대북 포용정책 공조와 미국의 대한 (對韓) 경제위기 극복지원이 주축이 될 전망이다.

클린턴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추진해온 대북 포용정책에 대한 대내외의 '도전' 을 지적하고 이의 극복을 위한 우리측의 전폭적 지지를 당부할 예정이라고 한다.

'도전' 이란 북한이 영변 (寧邊) 주변에 건설중인 지하시설의 핵 관련 의혹과 미사일 개발계획. 이와 함께 북한의 폐 (廢) 핵연료봉 봉인 마무리, 탄도미사일 개발 저지를 조건으로 대북 중유공급 예산을 승인한 미 의회의 대북 강경기류도 논의대상이다.

양국 정상은 따라서 북한 지하시설에 대한 현장접근 조사를 반드시 관철시켜 '북핵 의혹' 을 해소하되 경수로공급 등 94년 북.미 제네바합의는 충실히 수행, 북한에 빌미를 주지 말자는데 동의할 것으로 보인다.

16~18일 방북했던 찰스 카트먼 특사가 북한의 김계관 (金桂寬) 외무성 부상과 나눈 대화내용이 주목되는 이유다.

금강산 관광의 성사는 클린턴 대통령에게는 반가운 얘기다.

미 의회가 대북 중유예산을 승인하는 전제조건중 하나가 남북대화의 진전이기 때문이다.

금강산관광과 여타 경협 추진은 포용정책의 가시적 성과로 적극 언급될 예정이다.

미측은 "금강산관광으로 달러를 벌기 시작한 이상 북한이 경제교류에서 쉽게 손뗄 수는 없을 것" 이라며 적잖은 의미부여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클린턴 대통령은 우리의 경제위기 극복 노력에는 'A플러스' 의 후한 점수를 줄 듯하다.

이미 국제통화기금 (IMF) 총회에서 그 자신이 한국을 가장 모범적인 국가로 지적한데 이어 17일 진 스펄링 백악관 경제보좌관 등도 "김대중정부의 개혁실적은 높게 평가받을 만하다" 고 이를 예고했다.

우리의 대외신인도 제고에는 큰 도움이 되는 셈이다.

반면 클린턴 대통령은 양국간 '공정한 무역' 이 실현돼야 한다는 주장을 펼 것으로 알려졌다.

앨 고어 부통령이 17일 金대통령에게 철강.쇠고기 무역 역조를 시시콜콜 따져온 연장선상이다.

비밀누설 혐의로 복역중인 로버트 김에 대한 '선처' 를 金대통령이 슬쩍 언급할지도 관심이다.

최훈 기자

빌 클린턴 미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小淵惠三) 일본 총리의 20일 도쿄 (東京) 정상회담에선 아시아 경제위기 해법과 북한 핵문제가 중점 논의될 예정이나 양국간 다소 견해차가 있어 어떤 결론이 도출될지 관심을 끌고 있다.

일본은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미국측의 거듭된 '일본 때리기' 에 불쾌감을 갖고 있다.

또한 강경자세로 무력시위도 불사하는 이라크와 달리 북한 지도부에 유화제스처를 보내는 미국의 정책이 미덥지 못하다.

게다가 일본측은 지난 여름 클린턴이 중국을 방문하면서 일본을 지나친 것에 대해 몹시 서운하게 생각하고 있다.

미국이 아시아에서 일본보다 중국을 더 중요시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때문에서다.

정치분석가인 모리타 미노루는 "클린턴의 방문을 보는 일본인들의 태도는 냉랭한 상태" 라며 "일본인들 사이에서 반미 감정이 나타나고 있다" 고 경고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지 17일자)

미 정부는 이 점을 의식, "클린턴 대통령의 일본 방문은 매우 중요한 행사" (17일 조 록하트 백악관 대변인) 라고 강조하는가 하면 클린턴 대통령이 20~40대 보통 일본사람들과 대화 나누는 시간을 갖는 등 친밀도를 나타내려 애쓰고 있다.

그러나 클린턴이 겉으론 웃지만 가방속엔 여전히 각종 압력카드를 잔뜩 담아올 것이란 관측 속에 일본측은 바싹 긴장하고 있다.

오부치 총리와의 단독대좌에서 ▶긴급경기대책 (23조9천억엔) 조기시행▶내수 확대▶추가시장 개방 등을 거세게 몰아붙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오부치 총리는 긴급경제대책 내용을 설명하는 등 경기회복을 위한 일본측의 노력을 설명하고 아태경제협력체 (APEC) 각료회의에서 양국이 대립한 임.수산물의 역내관세 필요성도 적극 개진하면서 팽팽히 맞설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선 양국이 아시아지원자금 1백억달러 제공에 합의한 점을 두고 협조 기반이 조성됐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특히 북한의 지하 핵의혹시설 사찰문제 등엔 한.미.일 3국의 공조를 강조하는 등 찰떡궁합을 보일 것으로 점쳐진다.

도쿄 = 오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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