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약세…120엔대 진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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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엔화 가치가 계속 밀려 1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전일 대비 3엔가량 떨어진 달러당 1백22엔대를 기록했다.

엔화 환율이 1백20엔대에 진입한 것은 한달만이다.

외환전문가들은 미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줄어들고,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임박했다는 보도가 달러 매수세를 자극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달러약세에 따른 환차익을 노리고 최근 한달간 아시아 시장으로 대거 몰려들었던 외국인 자금이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아시아 주요국 통화가치와 주가가 동반하락했다.

일본의 닛케이 평균주가가 전일 대비 86.45엔 하락한 14, 108.09엔을 기록한 것을 비롯, 아시아 국가들의 주가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도쿄 외환전문가들은 엔화가 당분간 달러당 1백20~1백25엔대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고 있다.

◇ 엔 약세 (달러 강세) 배경 = 국제통화기금 (IMF) 의 브라질 구제금융 지원결정이 달러화의 불투명성을 걷어내면서 엔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미국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중남미 경제위기가 해소기미를 보이면서 세계의 자금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미국 시장으로 다시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3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이 예상을 웃도는 3.3%로 나타나면서 미국의 금리인하 가능성이 줄어든 것도 달러강세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정치적 요인도 한몫했다.

지난 3일 끝난 미국의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사실상 승리함에 따라 빌 클린턴 행정부에 다시 힘이 실리고 있는 것. 정치적 지도력 부재가 세계 금융위기를 초래할 것이란 우려가 줄어들면서 뉴욕 주가와 달러시세가 동반상승하고 있다.

로버트 루빈 미 재무장관은 "내년초 유로화가 출범해도 달러가치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 이라고 지원사격했고, 올해 연말 평균환율을 달러당 95~1백5달러로 전망했던 메릴린치.모건 스탠리 등 주요 금융기관들도 "달러가 다시 활기찬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며 환율전망치를 수정할 채비를 하고 있다.

반면 엔화를 뒷받침해야 할 일본 경제는 아직 바닥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경기부양을 위해 30조엔이 투입되고 금융불안 해소를 위해 은행에 재정자금이 지원되고 있지만 최악의 국면을 탈출하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노무라종합연구소 관계자는 "일본의 경기회복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엔강세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며, 이번 엔약세도 "달러약세 요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엔화의 약점이 노출됐기 때문" 이라고 분석했다.

도쿄 = 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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