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카시 재평가 '안될 말'…뉴욕타임스 강경 논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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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미국 지식인 사회에서 미국역사의 수치로 여겨지는 매카시즘을 재평가하려는 시도가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매카시즘에 대한 재평가는 소련의 붕괴로 기밀 자료가 공개되고 미국 정보기관의 비밀 자료가 해제되면서 40, 50년대 당시 첩자의 리스트가 실재하고 있었다는 것이 그 근거.

중국이 공산화되었고 소련이 핵무기를 개발했으며 한국에서 전쟁 가능성이 높아가는 등 냉전적 세계질서가 자리잡아가던 50년 2월 9일 조셉 매카시 상원의원은 의회 단상에서 종이뭉치를 흔들며 "이 손안에 미 국무성 안에 암약하고 있는 2백5명의 공산당 명단을 확보하고 있다" 고 폭로했다.

미국의 핵무기 기술을 소련에 넘겼다는 혐의로 줄리어스 로젠버그가 반역죄로 처벌된 것을 비롯 '마녀사냥' 이 미국사회를 휩쓸었다.

교수.예술가.언론인을 포함한 다양한 전문가들이 체포되거나 추방되는 것이 일상사가 되었다.

그런데 오늘날 미국인들이 가장 수치스런 역사로 생각하고 있는 매카시즘이 새로운 자료를 통해 꼭 조작만은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 이것이 화제가 되자 지난달 18일 뉴욕타임스는 이를 소개하는 기사를 2페이지에 걸쳐 실은데 이어 "혐오스럽고 역사적으로 정직하지 못한 일" 이라며 이를 비판하는 사설을 게재했다.

뉴욕타임스는 매카시의 주장이 반드시 잘못됐다고만은 생각하지 않는 지식인들이 늘어나고 있음을 몇가지 사례를 통해 소개했다.

대표적으로 매카시의 친구이자 내년 여름 새로운 매카시 전기를 출간할 윌리엄 버클리. 그는 이 전기에서 "많은 미국인들이 현재 모스크바로부터 위협이 없기 때문에 당시 소련 간첩이 얼마나 위협적이었는가를 알지 못한다" 고 쓰고 있다.

또 최근 '미국 공산주의의 소비에트 세계' (예일대 출판부刊) 를 출간한 하비 클레어교수 (에모리대.역사학) 도 "만약 루즈벨트 대통령이 일찍 사망했다면 많은 첩자가 참모로 암약했던 핸리 월라스가 대통령이 되었을 것" 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신문은 예시바대학의 역사학 교수 엘렌 슈레커를 비롯한 많은 학자들이 새로 밝혀진 자료들의 신뢰성에조차 의문을 제기하고 있음을 소개했다.

당시 소련첩자들이 자신의 활동을 과시하기 위해 허위 또는 과장된 정보를 본국에 보고한 것을 어떻게 믿느냐는 것. 이에 따라 뉴욕타임스는 사설을 통해 이같은 무모한 시도는 '이데올로기를 역사로 가장하는 행위' 라고 비난했다.

또한 대부분 윤색돼 모호하기 그지 없는 자료를 근거로 또다시 이념적 폭력

을 행하는 것에 대해 "매카시즘 그 자체가 미국 민주주의와 양식을 치명적으로 위협하는 것" 이라 경고하며 "매카시즘은 결코 애국주의가 아니다" 고 단정했다.

김창호 학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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