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부 '소 전산관리' 272억 낭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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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농림부가 지난 95년부터 추진했던 '소 전산화 사업' 이 2백72억원의 예산만 쓴 뒤 사실상 백지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쇠고기 수입 전면개방에 대비한다는 국민적 명분을 앞세워 추진했지만, 거꾸로 엄청난 국민의 세금만 날린 것이다.

이같은 사실은 농림부가 최근 자민련 이완구 (李完九)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11일 확인됐다.

◇ 소 귀에 바코드, 탁상 아이디어 = 농림부는 쇠고기 개방에 맞서기 위해선 양질의 소를 키울 수 있도록 소 산업을 본격 육성해야 한다고 계획했다.

그러면서 생각한 것이 소의 질병.이동.도축정보를 종합관리할 수 있는 소 전산화 사업. 소의 귀에 바코드 (전자 인식표) 를 붙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농림부는 각 시.군의 부시장.부군수를 위원장으로 한 '소 전산화 추진위원회' 까지 구성했다.

99년까지 6백20억원을 들여 총 7백25만마리의 소의 귀에 바코드를 부착한다는 목표로 사업을 대규모로 벌였다.

지난해 말까지 3년간 소 3백10만마리의 전산화를 위해 들어간 예산만 2백72억원이었다.

◇ 엉터리 전산관리.예산증발 = 그러나 농림부는 사업종료 시점이 불과 1년여밖에 남지 않은 지난 8월초 당초 목표의 6%에 불과한 43만마리의 소들만 전산 관리키로 전면 축소했다.

결국 돈만 날린 채 사실상 사업을 안하는 쪽으로 정책을 바꾼 것이다.

이는 ▶예산의 부당.허위집행 사례가 속출하고 ▶입력된 소들의 전산정보도 별로 쓸모가 없는 등 물의가 뒤따랐기 때문이다.

예산 집행과정에서도 갖가지 편법과 불법이 자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농림부가 올 4월 4개 시.군을 선정해 실시한 현지 감사에서는 정부 예산이 지원된 소들 가운데 52%만이 바코드가 부착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바코드 부착사례금으로 농가 (1마리당 6천원) 와 인공수정사 (귀표 장착요원.1마리당 3천원) 등에게 지급한 전체 1백94억원중 1백억원 가까운 예산이 증발된 것으로 추정된다.

또 전산등록된 소들 가운데서도 76%는 이미 팔려버리는 등 전산입력된 정보가 실제와 달라 전산정보가 이 사업의 기본목표인 수급관리.종축개량을 위해 활용된 사례가 한건도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40억원을 들여 외국에서 수입한 바코드 부착표도 사업 백지화로 절반 가까이 남아돌게 돼 탁상행정의 표본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소 전산화 사업이 실시될 당시의 장관은 강운태 (姜雲太) 씨, 주무인 축산국장은 안덕수 (安德壽) 현 농림부차관보.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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