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지키고 일자리도 만드는 착한 기업”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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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호 12면

전국백수연대 주덕한 대표가 독도쿠키를 들어 보이고 있다. 최정동 기자

백수들이 청년실업 해결을 위해 직접 나섰다. 비정부기구(NGO)단체인 전국백수연대에서 ‘독도쿠키사업단’을 시작한 것이다. 노동부에서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사업장 인가도 받았다. 5일쯤 제품 품평회를 열고, 광복절에 맞춰 제품 판매를 시작한다. 시장조사부터 제품 홍보까지 멀티 플레이어로 뛰고 있는 주덕한(40) 백수연대 대표를 지난달 31일 만났다. 주 대표는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5월부터 매일 야근의 연속이라고 했다.

‘독도쿠키사업단’ 시작한 전국백수연대 주덕한 대표

“자본금이 적게 들어가도 사업은 사업이더라고요. 일이 너무 많아 백수답게 놀지 못하고 있어요.”

주 대표가 처음 이 사업을 구상한 것은 1년 전이다. 청년 백수들이 직접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모델을 찾던 중 노동부에서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는 것을 알게 됐다. 사업 아이템이 채택되면 임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형식이다. 백수연대 회원인 실업자, 취업 준비생 등 5명이 모여 사업단을 꾸렸다. 그때 처음 나온 아이디어가 독도쿠키다.

“일본에 다케시마 만주가 있듯이 독도 이름을 딴 상품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독도가 한국 땅이라고 알릴 수 있으니까요.”

사업단은 인천공항에 가서 1000여 명을 상대로 설문지를 돌렸다. 어떤 맛을 좋아하는지, 독도쿠키가 상품성이 있는지, 가격대는 적정한지 등을 발로 뛰며 조사했다.

“독도 근처에서 나는 친환경 재료로 쿠키를 만들고 싶어 울릉도까지 갔어요. 배멀미 때문에 고생한 기억이 많이 남네요.”

이런 정성이 통했을까. 올해 5월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선정돼 정부로부터 1억원을 지원받게 됐다. 직원 20명에 대한 6개월 급여 분이다. 현재 12명을 채용했고 8월 30일까지 20명을 채우지 않으면 남은 지원금은 돌려줘야 한다. 6개월 이후부터는 사업의 수익성에 따라 ‘예비’를 떼고 정식 기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최장 3년까지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주 대표는 월 매출을 2000만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조합원을 모집해 기부 형식의 출자도 받았다. 주식회사처럼 배당금을 받는 것이 아니라 기업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을 준다. 주 대표는 “1만원, 5만원 등 소액 출자도 가능하다”며 “공장에서 자원봉사를 하면 그 시간만큼을 출자금으로 주는 아이디어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기업은 수익금의 3분의 2 이상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 주 대표는 이 기준에 따라 독도 생태계 보호 기금 등을 만들어 지원할 계획이다.

현재 서울 광진구의 제과 공장에서는 12명의 직원들이 수작업으로 쿠키를 만들고 있다. 청년백수, 모자가정의 가장, 장애인 등 대부분 노동취약계층이다. 백수연대 인터넷 홈페이지 구인광고에도 ‘대인기피증이 있는자, 신용불량자, 기타 취업이 어려운 사람도 취업 가능’이라고 공시했다.

“취업하기 힘든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사회적 기업의 존재 이유인 만큼, 활짝 문을 열어놓았어요. 8월 말까지 10명 정도 더 채용할 예정입니다.”

독도쿠키사업이 안정되면 친환경 농산물 가공식품 쪽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내년 5월까지 일자리를 현재의 두 배 이상으로 늘리는 게 일차 목표다.

사업을 시작했으니 이제 백수가 아니잖냐는 질문에 주 대표는 “월급을 안 받고 하는 일이니 여전히 백수”라고 답했다. 주 대표는 노동부 지원금을 받는 인원에 포함되지 않아 월급이 없다.

“직장을 잃었던 사람들이 즐겁게 일하는 모습을 보는 것, 그게 월급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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