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고정환율제“일단은 성공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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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콸라룸푸르에서는 25일에 이어 26일에도 3천여명이 메르데카 광장에서 개혁과 안와르 이브라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경찰의 물대포 세례에 30여분 만에 해산됐다.

그러나 시내는 전반적으로 평온하다.

일요일인 27일은 영연방국 체육대회인 코먼웰스게임 유치를 기념해 월요일이 임시공휴일로 선포된 탓인지 유난히 차량과 사람들로 붐볐다.

시내 툰쿠 압둘 라만가 (街)에 위치한 소고백화점은 쇼핑객들로 넘쳐났다.

에스테 로더 화장품매장에서 일하는 와이라 마르주키 (21) 양은 "올들어 절반 가까이 줄었던 매상이 최근 몇주사이 조금씩 느는 추세" 라고 말했다.

반정부 시위사태의 향방은 경제회복, 특히 지난 2일 실시된 고정환율제의 성공여부에 달려 있다.

안와르 전부총리의 첫 재판이 28일 예정돼 있기는 하지만 법정공방이 정권존립에 결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는 분석가는 많지 않다.

마하티르 모하마드 총리가 '통화관리.금리인하.주식거래제한' 이라는 3대 조치를 선언한 지 한달여 만에 표면적 경기는 조금씩 살아나는 느낌이다.

우려했던 주식시장폭락.금융혼란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무역업자.투자가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불확실성이다.

그런데 환율을 달러당 3.8링깃으로 못박자 불안심리가 사라졌다. "

삼성물산 콸라룸푸르지점 이재룡 부장의 말이다.

대우건설 송점종 지점장도 "말레이시아는 문제없다" 고 잘라말했다.

"단기적으로 보면 고정환율제는 일단 성공이다.

경제가 안정감을 되찾고 있다.

주식시장도 고정환율 도입전인 380대를 유지하고 있다" 고 그는 설명했다.

그러나 무리하게 조인 경제에 주름이 없을 수 없다.

외환보유액은 3개월치 수출액에도 못미치는 1백50억달러 가량이다.

투자 위축의 여파는 심각하고 정치적 압제도 여전한 걸림돌이다.

세계은행의 조지프 스티글리츠 부총재는 말레이시아를 지목, "국제투자계에는 과거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 정책처럼 비민주적인 행위에 관여하는 국가에 투자하지 않으려는 의식이 팽배해지고 있다" 고 경고했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당국자들은 사태를 낙관하고 있었다.

푼 다임 경제실행부 장관은 "말레이시아를 인도네시아와 비교하는 것은 난센스" 라며 "현재의 침체상태는 1년내에 극복될 수 있다" 고 주장했다.

콸라룸푸르 = 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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