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대토론회 배경과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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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7일 열린 경제대토론회는 정부가 본격적인 경기부양책을 확정하기에 앞서 민간으로부터 일종의 공증 (公證) 을 받는 절차다.

경기부양이 실패하면 상당한 부작용이 있는만큼 정부로서도 독단적으로 결정하기보다 민간을 끌어들여 '한 배' 를 타자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토론회는 처음부터 '강도높은 경기부양이 불가피하다' 는 결론을 정해놓고 마련된 '통과의례' 성격이 강하다.

그럼에도 민간 각계를 대표할만한 인사들과의 합의는 앞으로 정부가 경기부양을 좀 더 노골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실물경제가 붕괴될 위기에 처해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경기부양 내용도 상당히 강도가 높아질 전망이다.

실제로 정부는 수출.중소기업.부동산에 이르기까지 세금감면.금융지원 등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재정경제부 고위관계자는 "그동안은 돈을 풀어 금리인하를 유도하는데 주력했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드러났다" 며 "이제는 내수와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해 감세 (減稅) 등 보다 직접적.적극적인 대책이 준비될 것" 이라고 말했다.

현재 정부가 가장 역점을 두는 분야는 건설이다. 건설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장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는 올해 건설부문에서만 실업자가 70만명 이상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집이 팔리지 않고, 전.월세가 빠지지 않으면서 돈이 잠기는 문제를 낳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건설경기 회복을 위해 분양가 등 각종 규제를 거의 풀었는데도 효과가 없어 감세 방안을 추진중이며, 이왕 하려면 양도소득세 등 직접세를 깎아야 부양효과가 크다" 고 말했다.

단 정부는 감세정책을 한시적으로 운용하고, 부양효과를 높이기 위해 ▶사회간접자본 (SOC) 투자 확대 ▶돈을 충분히 푸는 대책을 병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경기부양을 강하게 밀어붙이려면 재정 부담이 커진다는 점이다. 재정적자는 이미 21조5천억원까지 불어난 상태다. 또 구조조정이 지연될 우려도 있다.

경기부양은 결국 기업여건 개선을 의미하며, 이는 경쟁력이 처지는 부문을 떨어내는 데는 역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자칫 대외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이달말까지 1차 금융구조조정이 일단락되고, 연말까지는 기업구조조정도 마무리하면 '다른 국가와는 다르다' 는 차별성을 부각시킴으로써 오히려 신인도를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고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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