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찰 총기 사용 절도있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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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피의자 검거 과정에서의 경찰관 총기 남용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에서는 13일 오후 정지명령을 무시하고 도난 차량을 몰고 달아난 피의자를 붙잡느라 경찰이 대학병원 건물 안에서 실탄 8발, 공포탄 2발을 쏘는 바람에 환자와 문병객.병원 직원들이 대피소동을 빚었다.

또 충남 당진에서는 14일 새벽 동선 (銅線) 을 훔치던 절도범 일당 4~5명이 경찰의 자수 권유에도 달아나다 경찰관이 쏜 권총에 맞아 그중 1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관의 총기 사용은 경찰관직무집행법 규정에 근거하고 있다.

법 규정을 보면 총기사용은 정당방위.긴급피난이나 대간첩작전 수행 중이 아니면 어떤 경우라도 '무기 사용 이외의 다른 수단이 없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막상 총기 사용 현장에서는 이같은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이번에도 불과 몇시간 사이에 일어난 두 사고가 모두 흉기를 들고 대항하지도 않았고 총기 외에 다른 제압 방법이 전혀 없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케이스다.

경찰 스스로 총기 남용 여부의 감찰 조사에 나선 것은 문제가 있음을 시인한 셈이다.

요즈음 범죄는 수법이 날로 흉악해지고 해마다 범인에게 희생되는 경찰관이 증가하는 추세다.

또 범인의 기동성이나 각종 장비는 오히려 경찰을 앞지르는 실정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범인 검거 과정에서 필요한 경우 경찰관 총기 사용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경찰관의 총기 사용을 지나치게 억제하거나 비난할 경우 예상되는 경찰관 사기 저하나 강력범죄의 증가 등 부작용이 오히려 더 심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절도있는 총기 사용이다.

총을 쏘아야 할 때와 쏘아서는 안될 때를 정확하게 구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일반적으로 살인.강간.강도.방화.납치 등 '폭력적 중죄' 로 제한하고 그것도 '생명 방위의 원칙' , 즉 경찰관이나 주변 인물이 생명에 위험을 느낄 때에만 총기를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일본도 단순 도주나 소극적으로 명령에 불응할 경우에는 총기 사용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경찰관 교육 강화가 필수다.

경찰 자체 분석 결과 흥분상태에서 추적하다 당황하는 바람에 판단이 흐려져 총을 함부로 쏘게 되는 것으로 드러났으니 돌발상황에 대비하는 훈련을 강화해야 한다.

월 1회의 형식적인 교양교육으로는 실효를 기대하기 어렵다.

또 경찰관 개인별로 연 6회, 2백10발씩의 사격훈련이 부족하지 않은지, 그나마 제대로 실시되고 있는지도 잘 살펴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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