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비리에 날세운 검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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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대한주택공사 사장의 구속 수사를 계기로 공기업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고 있다.

대검 중수부는 28일 거래업체에서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뇌물 수수)로 김진(55) 대한주택공사 사장을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사장은 주택공사 감사로 있던 2001년부터 사장으로 재임 중이던 올해까지 주택공사가 발주하는 광고 및 재개발 사업 수주와 관련, Y건설 등 두 곳에서 모두 1억6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다.

서울중앙지법 문광섭 판사는 "주택공사 감사로서 내부 비리를 적발해야 하는데도 뇌물을 받아 차명계좌를 통해 관리하는 등 죄질이 나쁘다"고 영장 발부 이유를 밝혔다. 문 판사는 또 "김 사장이 2001년 11월 받은 출처 불명의 돈 1억원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중수부가 주택공사 사장을 구속한 것은 공기업 비리와 관련한 수사의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것을 뜻한다"며 "일선 지검.지청에서도 관련 첩보 수집과 수사가 병행되고 있어 앞으로 가시적인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송광수 검찰총장은 지난 6월 초 "공기업 비리에 대한 수사를 부정부패 척결, 민생 분야 수사 등과 함께 검찰 수사의 과제로 삼겠다"며 수사 착수를 지시한 바 있다.

◆공기업 수사 어떤 게 있나=군인공제회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을 비롯해 4~5곳이 검찰의 집중 수사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청와대와 대검 등에 공기업 관련 비리 첩보가 여러 건 접수된 것으로 알려져 수사 대상은 10여곳 이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서울중앙지검의 경우 현재 군인공제회 비리를 수사 중인 특수1부를 중심으로 공기업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검찰은 최근 주가 조작 세력으로부터 4억원을 받은 군인공제회 금융투자본부 직원 김모씨를 구속한 데 이어 군인공제회의 금융 및 부동산 투자상황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또 특수2부는 국책 연구기관인 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직원 4명이 정보기술(IT) 업체로부터 1억6000만원을 받은 혐의와 관련, 정통부 고위 간부 등이 연루됐는지를 캐고 있다.

특수3부는 산업은행이 자회사인 산은캐피탈을 통해 자본잠식 상태이던 건설업체 U사에 140억원을 대출해준 사실을 확인, 은행 간부가 금품을 받고 대출 편의를 봐줬는지를 조사 중이다.

◆김진씨는 누구=김 사장은 백범 김구 선생의 손자이자 김신 전 교통부 장관의 아들이다. 1998년 11월부터 주택공사 감사로 일한 뒤 지난해 6월 주택공사 사장에 취임했다. 그는 취임 당시 "잘못된 관습을 깨고 '투명 경영'을 새로운 경영 지침으로 삼겠다"고 의욕을 보였었다. 평소 사장실에 백범이 직접 쓴 '양심건국(良心建國)'이라는 휘호를 걸어둘 만큼 독립 유공자 후손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재식.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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