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현대차, 차량용 반도체 공동 개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스마트 키와 자동주차 센서용 칩 등 차량용 반도체 공동 개발에 착수한다.

이 두 회사와 씨앤에스테크놀로지 등은 16일 서울 반포동 매리어트 호텔에서 이에 관한 투자협약식을 열고 ‘자동차-반도체 상생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우리나라 전자·자동차 업종을 대표하는 두 회사가 차량용 반도체 개발을 놓고 추진하는 첫 협력 사례다. 연구개발비는 정부지원금 100억원을 보태 총 200억원 규모다.

두 회사가 국책과제를 통해 협력하기로 한 건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꾸준히 클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차량용 반도체 세계시장은 연평균 8.5%씩 성장해 2012년이면 204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차량 내 전자장비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지식경제부의 박태성 반도체디스플레이과장은 “1980년대 자동차 가격의 1% 수준이던 차량 관련 전자장비는 현재 20%까지 높아졌다. 2015년이면 40%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대차가 최근 내놓은 신형 에쿠스의 경우 차량용 반도체가 들어간 전자제어 장치와 센서 등 각종 제어기가 70여 가지 탑재됐다. 일반 승용차에 들어가는 제어기는 20∼30개 정도다. 앞으로 하이브리드카와 같은 친환경 ‘그린 카’가 많이 생산되면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그동안 미국과 유럽·일본 등지 선진 업체들의 독무대였다. 우리나라는 중요한 전자부품의 상당수를 수입에 의존해 지난해 차량용 전장부품 수입액은 12억 달러에 달했다. 그만큼 기술적으로 진입장벽이 높은 분야였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반도체는 민간용이나 산업용보다 내구성이 훨씬 뛰어나야 한다. 섭씨 영하 40도∼영상 155도의 온도에 견디고 10년 이상 성능을 유지해야 한다.

이런 기술격차를 감안해 차량용 반도체 개발을 ▶자동 주차와 영상인식 SoC(System on Chip) ▶스마트키 용 SoC ▶연비 개선 배터리 센서 반도체 개발 3대 과제로 나눠 추진하도록 유도하자는 것이 정부의 청사진이다. 현대차는 반도체 업계에 차량용 반도체 개발 사양을 제공하고, 삼성전자와 씨앤에스테크놀로지 등 반도체 업체는 현대차의 사양에 맞춰 차량용 반도체를 개발한다. 이어 현대차는 삼성전자 주도로 개발한 반도체의 성능을 평가하고, 소정의 기준을 통과한 제품을 2012년부터 차량에 탑재하기로 했다.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은 이날 협약식에서 “정부 재정지출로 경기를 이끌어 나가는 데 한계가 있고 기업의 미래를 위한 투자가 가시화할 때가 됐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같은 기업들이 투자에 적극 나서 달라”고 당부했다.

삼성전자의 권오현 반도체부문 사장은 “하반기에는 상반기보다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답했다. 현대차의 이현순 부회장은 “올해 연구개발에 3조원, 그룹 전체로 9조원 규모의 투자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재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