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토 팔메르의 베르나르 드라주드뫼 사장이 2008년 빈티지를 시음하고 있다. 그는 “당도·산도·타닌의 균형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보르도의 5대 샤토 중 하나인 샤토 라투르. 우리에겐 ‘이건희 와인’ ‘김정일 와인’이란 별칭으로도 불린다.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은 2007년 1월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만찬에서 샤토 라투르 1982년산을 깜짝 개봉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2004년 남북 정상회담에서 명품 리델잔과 함께 이 와인 1993년산을 내놨다. 2008년산엔 카베르네 소비뇽 94%, 메를로 5%가 들어간다. 와인잡지 디캔터는 5대 샤토의 2008년 빈티지 중 샤토 라투르에 최고 평점(20점 중 19.5점)을 줬다. 샤토 라투르의 경우 와인 선물시장(엉프리뫼르)에서 파는 물량이 절반에 그친다. 다른 샤토는 80% 안팎이다.
그랑크뤼 2등급이지만 1등급 못지않다고 해서 ‘수퍼 세컨드’로 불리는 샤토 코스 데스투르넬. 첨단으로 양조시설을 개조한 뒤 생산한 첫 빈티지가 2008년산이다. 영하 40도로 떨어뜨려 포도알을 줄기와 분리하는 등의 첨단 기술을 다수 도입했다고 한다. 작황 탓에 카베르네 소비뇽의 비율이 78%로 평년(55∼74%)보다 다소 높다. 장 기욤 프라츠 사장은 “뒤늦게 잘 익은 빈티지로 유사한 빈티지를 찾긴 어려울 것 같다”며 “다만 1988년산의 생기, 1985년산의 부드러움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그랑크뤼인 샤토 팔메르의 2008년 빈티지는 2007년산과 마찬가지로 메를로 비중이 절반을 넘는다(51%). 과일 향과 타닌의 균형감이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그랑크뤼인 샤토 레오빌 프와페레의 2008년 빈티지는 신선하면서도 타닌감이 강하다. 디디에 퀴블리에 사장은 “30∼40년 장기 보관용 와인”이라고 설명했다. 샤토 린치바주는 “잘 익고 라운드한 느낌”(소유주 장 미셸 카주), 샤토 브랑 캉트낙은 “잘 익은 과일의 구조감이 있다”(소유주 앙리 뤼르통)고 표현했다.
보르도(프랑스)=고정애 기자
◆도움말= 메도크와인협회·프랑스 농식품진흥공사(SOPEX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