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점 만점에 19.5점, 역시 ‘샤토 라투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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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샤토 팔메르의 베르나르 드라주드뫼 사장이 2008년 빈티지를 시음하고 있다. 그는 “당도·산도·타닌의 균형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보르도는 레드 와인의 대표적 산지다. 그곳에선 요즘 2008년 빈티지가 화제가 되고 있다. 오크통에 숙성 중인 걸 맛보는 ‘배럴 테이스팅’에서 후한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나 잰시스 로빈슨도 마찬가지다. 9월 중순 이후 한 달을 빼곤 썩 날씨가 좋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를 반영, 로빈슨은 “놀랍다(surprise)”란 표현을 썼다. 2010년부터 2011년 사이 출시될 2008년 빈티지를 지난달 보르도 메도크 현지에서 미리 맛봤다.

보르도의 5대 샤토 중 하나인 샤토 라투르. 우리에겐 ‘이건희 와인’ ‘김정일 와인’이란 별칭으로도 불린다.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은 2007년 1월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만찬에서 샤토 라투르 1982년산을 깜짝 개봉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2004년 남북 정상회담에서 명품 리델잔과 함께 이 와인 1993년산을 내놨다. 2008년산엔 카베르네 소비뇽 94%, 메를로 5%가 들어간다. 와인잡지 디캔터는 5대 샤토의 2008년 빈티지 중 샤토 라투르에 최고 평점(20점 중 19.5점)을 줬다. 샤토 라투르의 경우 와인 선물시장(엉프리뫼르)에서 파는 물량이 절반에 그친다. 다른 샤토는 80% 안팎이다.

그랑크뤼 2등급이지만 1등급 못지않다고 해서 ‘수퍼 세컨드’로 불리는 샤토 코스 데스투르넬. 첨단으로 양조시설을 개조한 뒤 생산한 첫 빈티지가 2008년산이다. 영하 40도로 떨어뜨려 포도알을 줄기와 분리하는 등의 첨단 기술을 다수 도입했다고 한다. 작황 탓에 카베르네 소비뇽의 비율이 78%로 평년(55∼74%)보다 다소 높다. 장 기욤 프라츠 사장은 “뒤늦게 잘 익은 빈티지로 유사한 빈티지를 찾긴 어려울 것 같다”며 “다만 1988년산의 생기, 1985년산의 부드러움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그랑크뤼인 샤토 팔메르의 2008년 빈티지는 2007년산과 마찬가지로 메를로 비중이 절반을 넘는다(51%). 과일 향과 타닌의 균형감이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그랑크뤼인 샤토 레오빌 프와페레의 2008년 빈티지는 신선하면서도 타닌감이 강하다. 디디에 퀴블리에 사장은 “30∼40년 장기 보관용 와인”이라고 설명했다. 샤토 린치바주는 “잘 익고 라운드한 느낌”(소유주 장 미셸 카주), 샤토 브랑 캉트낙은 “잘 익은 과일의 구조감이 있다”(소유주 앙리 뤼르통)고 표현했다.

보르도(프랑스)=고정애 기자

◆도움말= 메도크와인협회·프랑스 농식품진흥공사(SOPEX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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