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권 투자, 중국 본토보다 홍콩을 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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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홍콩 H증시냐, 중국 본토 A증시냐. 중국펀드가 다시 인기를 끌면서 국내 투자자들이 많이 하는 고민이다.

이에 대해 중국 증시 전문가인 UBS SDIC의 마크 탠(44·사진)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망설이지 않고 H주를 추천했다. UBS SDIC는 스위스 금융회사 UBS가 중국에 설립한 합작 자산운용사다. 그는 15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해외 투자자라면 A주보다는 H주에 투자하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A증시와 H증시의 가장 큰 차이는 변동성이다. 본토 A증시는 기관투자가보다 일반 개인투자자가 주로 달려드는 시장이어서 H증시에 비해 주가의 출렁임이 크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 개인투자자의 생리를 잘 모르는 외국인이 섣불리 A증시에 투자했다가는 편히 잠을 못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증시 호황기엔 다른 어느 시장보다도 뜨겁게 달아오르지만 주가가 빠질 땐 급속히 얼어붙는 게 A증시의 특징이다. 2007년 순식간에 6000포인트를 올라섰던 상하이종합지수가 지난해 10월엔 1600포인트까지 빠졌던 게 이를 잘 보여준다.

가격 면에서도 H주가 더 매력이 있다고 한다. 올해 예상 순이익과 현재 주가를 비교한 주가수익비율(PER)을 따져보면 H주는 15배, A주는 25배에 달한다. PER이 높을수록 기업 이익에 비해 주가가 고평가됐다는 뜻이다. 그는 “양쪽 증시에 모두 상장된 주식의 경우 평균적으로 A주가 H주의 두 배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A증시에 미련을 갖는 투자자들에겐 대안도 제시했다. “부침이 심한 A증시에 투자한다면 매월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올 들어 지수 상승폭만 보면 A증시가 낫다. 홍콩 HSCE지수는 37%, 상하이종합지수는 73% 급등했다. 이는 시중에 풀린 돈의 힘이 주가를 밀어 올린 ‘유동성 랠리’였다. 그는 “유동성 장세는 끝났고, 앞으로 시장을 움직이는 건 기업 실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중소형주에 주목했다. 그는 “중국의 주가는 그동안 블루칩 위주로 많이 올랐다”며 “앞으로는 실적이 확실히 나오는 중소형주의 주가가 앞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중에서 유망한 건 중국 내수소비가 증가하면 수혜를 볼 수 있는 분야라고 한다. 그는 필수 소비재, 경기 관련 소비재, 부동산·인프라 관련 주를 관심 업종으로 꼽았다. 가전제품을 구입할 때 정부가 보조금을 주는 ‘이구환신(以舊換新)’ 정책의 혜택을 볼 정보기술(IT) 역시 선호업종 명단에 올려놨다.

그는 향후 중국 경제에 대해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은행 대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제조업의 신규 주문량이 다시 늘고 있는 등 경기회복의 신호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근거에서다.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 능력에도 신뢰를 보였다. 그는 “중국 정부가 4조 위안의 투자계획을 발표했지만 경기둔화 조짐이 보이면 언제든지 이를 늘릴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무역수지가 흑자인 데다 외환보유액 역시 2조 달러에 달해 자금 여력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그는 “중국 경제는 아직 잠재능력을 모두 발휘하지 못했고 성장동력도 남아 있다”며 “중국 주식에 투자해 오랫동안 갖고 있기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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