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런 재외동포]에티오피아 파견의사 유민철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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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내전 등 어지러운 현실로 에티오피아의 에이즈 보균자는 1백만명에 육박합니다. 또 내과 입원환자의 60%는 에이즈 보균자입니다. 이 나라에서 의사 일을 하기는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75년 정부 파견의사로 에티오피아에 파견된 劉旻哲 (57) 씨는 에이즈 감염의 위험에 완벽하게 노출된 채 23년째 '의술은 곧 인술' 임을 실천으로 보여주고 있다.

문화적 자존심이 무척 강한 에티오피아지만 의료 환경만큼은 엉망이었다.

수술장갑.주사기 등 가장 기본적인 의료 기구조차 구하기 어려웠던 의료 환경은 23년이 지난 지금까지 별다른 변화가 없다.

"어려운 환경이어서인지 치료를 받은 현지 사람들은 무척이나 고마워합니다. 열대과일이나 계란 따위로 고마움을 표해올 때 의사로서의 보람을 느끼곤 합니다. "

성형외과 전문의인 劉씨는 현재 주 6회 언청이 무료수술을 하고 있다. 현재 자신의 수술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환자만 2백50명이 넘는다.

또 아디스아바바 국립대 부속병원에서 레지던트 트레이닝을 맡고 있는 劉씨는 1백여명의 훌륭한 외과의를 배출했다는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있다.

의술만큼 기독교 신앙에 철저한 劉씨는 의료활동 외에 노숙 아동.전쟁 미망인을 지원하는 사회봉사 활동에도 남다르게 정열적이어서 현지 주민들로부터 '걸인의 아버지' 로 불리기도 한다.

이같은 공로로 劉씨는 82년에 대통령 수교헌장을, 94년에는 한국국제협력단 총재 표창을 받았다.

은퇴하는 65세까지 아프리카에 한국혼을 심고 신앙심을 실천하겠다는 게 劉씨의 목표다.

고규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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