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 시금석 '상반기 실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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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주식투자자라면 자신이 투자할 기업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싶은 게 상례다.

그러나 우리 기업 관행은 일반인들이 그 속내를 들여다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증권전문가들은 이런 투자자들에게 우선 해당 기업의 재무제표를 들여다보라고 권한다.

기업의 '영업성적표' 인 재무제표는 투명하지 못한 회계관행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분석할 줄만 알면 해당 기업의 '건강상태' 를 파악하는 쉽고도 정확한 척도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집계가 끝난 12월결산 상장사들의 상반기 영업실적은 그점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사다.

비록 6개월간의 성적표이긴 하지만 활용여부에 따라 '옥석을 가려주는 시금석' 이 될 수 있다.

우선 주식투자자들이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반기실적에서 우량 기업을 찾아내는 일이다. 단순히 수익이 많이 났다고 좋은 기업은 아니다.

재무건전성까지 포함해서 파악해야 한다.

그러자면 기업의 재무현황을 나타내는 대차대조표와 영업실적을 나타내는 손익계산서등을 잘 챙겨보면 중요한 정보가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의 조언을 통해 재무제표 활용법을 들어본다.

◇수출기업의 수익이 좋다 = 수출비중이 높은 기업은 매출액이 크게 늘었다.

동남아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감소로 수출물량은 감소하고 달러기준 수출단가도 하락했지만 높은 환율 덕분에 원화로는 많은 돈을 벌어들인 것. 지난해 생산하고 팔지못했던 재고를 '밀어내기' 수출로 청산한 기업들도 있다.

이런 기업의 경우 하반기의 수출실적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반면 내수를 위주로 하는 기업들은 경기 침체로 소비가 위축돼 극심한 불황을 겪었다. 하지만 밀가루.설탕 등 일부 생필품 제조업체들은 가격인상으로 수익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외수익이 변수 = 장사는 잘 못했었어도 영업외수익이 크게 늘어나서 경상이익이 흑자를 기록한 경우도 있다.

부동산과 계열사의 주식지분을 팔고 일부 사업부문을 외국인에게 넘겨 수익이 발생한 것이다.

고정자산 매각이 순수한 영업활동과는 무관한 '거품이익' 일 수도 있으므로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계절별 요인도 살펴봐야 = 반기실적을 볼 때는 계절에 따라 영업실적이 달라지는 업종을 눈여겨 봐야한다. 일부 업종에서는 계절적 특수라는 함정이 있기 때문이다.

음료나 아이스크림이 많이 팔리는 여름, 기름보일러 수요가 많은 겨울 등 계절에 따라 상반기와 하반기의 순이익이 현저히 차이날 수도 있다.

◇기타 = 반기 보고서에는 외부 공인회계사의 감사의견이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회사측이 의도적인 실적 부풀리기를 하지 않았는지 주의해야 한다.

주정완.박지영 기자

도움말 주신분 = 대신증권 조용백 기업분석실장.대우증권 이상훈 조사부 과장.LG증권 박병문 기업분석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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