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현대자동차 노사,공멸은 피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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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현대자동차 노사가 정리해고를 둘러싼 이견 (異見) 을 대화로 풀지 못하고 결국 마주보고 달려오는 기관차의 충돌만 기다리는 사태를 맞고 있다.

현대차의 노사분규는 자동차공장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자동차산업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분수령이다.

법에 규정된 대로 고용조정을 하겠다는 경영자의 입장과 삶의 터전에서 내쫓기지 않겠다는 근로자의 대립은 어느 쪽이 옳으냐를 따지기 이전에 참으로 불행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아무리 사정이 급하다 해도 법을 어기면서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막는 태도에 대해 지지를 보낼 국민은 많지 않다.

만약 이 원칙을 포기하게 되면 그토록 힘들게 진행시키는 개혁과정은 기초가 흔들리고 말 것이다.

전문가들 가운데는 왜 다른 자동차회사는 정리해고를 안하는데 유독 현대만 고집을 하느냐고 의문을 갖는 사람들도 있다.

일부 정치인도 여기에 동조하는 듯하다.

그러나 법이 규정한 대로 기업이 고용조정을 피할 노력을 하고도 도저히 인력조정 외에는 합리화방안이 없다고 결정하는 이상 노사협상의 결과는 전적으로 당사자끼리 책임져야 한다.

물론 그것이 합법적이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번 사태가 어떻게 해결되든 현대차가 생산성을 올리는 방안을 강구하지 못하면 국제경쟁에서 뒤질 것은 자명하다.

따라서 당장은 현장의 노사다툼이 문제의 전부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잘못 본 것이다.

국내시장이 거의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어 자동차산업의 탈출구는 해외시장밖에 없는데 외국기업들은 현재의 현대차 사태를 즐기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현대차 사태가 갖는 분수령으로서의 두번째 의미는 이곳에서의 해결방법을 고용조정을 준비하고 있는 다른 대기업이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국내투자를 준비하고 있는 외국기업이 초미의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정부가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공권력을 투입하지 않고 노사 양측이 합의하는 방식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렇지만 노조는 노조대로 입장통일을 하지 못하고 법을 어기면서까지 극단적인 투쟁을 고집하고 경영자측도 고용조정을 철회할 수 없는 막다른 골목이라면 정부의 개입에 의한 사태해결만이 남은 방책일 수밖에 없다.

법과 질서를 지키는 것이 정부책임이기 때문이다.

다만 개입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희생자가 나오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구조조정을 후퇴시킬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원칙을 어겨서라도 사태를 봉합할 것인가를 결정할 공은 이제 정부에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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