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소 잃고도 외양간 잘 고쳐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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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아직도 남부지방이 수해의 위협을 받고 있지만 초기에 큰 피해를 본 경기 및 수도권은 점차 악몽에서 깨어나고 있다.

우리는 이번 수해를 겪으면서 날로 불가측성 (不可測性) 이 더해 가는 기상예보를 위한 장비도 중요하지만 수방시설을 제대로 정비했었더라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본다.

정부는 재원이 바닥났다고 이재민을 내팽개치지 말고 민간의 지원을 유도해 끝까지 자활을 위한 터전을 마련해 줘야 한다.

그러면서 이번의 재해를 상습침수지역의 각종 시설을 정비하는 기회로 삼는 프로그램을 빨리 마련해야 한다.

즉 정부와 정치권은 수해복구 및 수방시설 정비사업과 실업대책사업을 연계해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최근의 지구촌은 엘니뇨와 라니냐 등 각종 기상이변으로 곳곳에서 재해가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아무리 정교한 장비를 갖춰도 언제 재해가 다시 닥칠지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다.

이 경우 우리로서는 예년의 평균강수량에 기초한 교량과 제방 같은 수방시설을 다시 점검해 이번 사태가 보여 줬듯이 최악의 상황에 대비, 재정비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번 수해사태에서도 그동안 상습침수지역이었던 서울의 망원동.풍납동이나 문산.보은 등 큰 수해를 당했던 지역은 각종 수방시설을 제대로 정비.보완한 덕에 큰 피해를 보지 않았다.

그러나 중랑천 일대는 시설보완이 미흡해 범람의 위험을 겪고 있다.

이는 천재 (天災) 를 원망하기 전에 인재 (人災) 를 막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그만큼 중요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정부는 날로 심각해져 가는 실업의 대책을 위한 지출을 늘리기로 이미 확정했다.

실업대책예산을 그대로 수해방지를 위한 시설투자에 집행할 수는 없지만 공공근로사업과 연계할 수는 있다.

따라서 정부는 차제에 수해복구를 응급복구에 그칠 것이 아니라 경기활성화를 위해서도 수해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도록 사회기반시설을 위한 투자예산을 따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

상당한 적자예산을 편성하는 정부의 고민도 있겠지만 소 잃고도 외양간을 제대로 고쳐야 더 많은 소를 잃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아직도 정확한 피해가 집계되지 않고 있지만 막대한 피해를 고려할 때 충분히 투자가치가 있다고 판단된다.

특히 이번 복구사업을 공공근로사업과 연계하면 그동안 각종 취로사업이라는 명분으로 지출한 비효율적 실업대책보다는 참가하는 사람도 훨씬 더 명분을 갖게 돼 효율성도 커질 것이다.

이 사업은 신속성이 생명이다.

따라서 국회는 빨리 제 기능을 회복해 필요한 예산지출이 제때 이뤄지도록 노력해야 잃어버린 민심을 되돌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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