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때부터 음주 자제해야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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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젊은 여학생들이 어쩌다 ‘술 끊기’ 동아리에서 활동하느냐고 묻는 분들이 있어요. ‘절주(節酒)’는 술을 아예 마시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적당히 자제하자는 뜻입니다. 대학가에서 신입생 환영 행사나 축제에서 지나친 음주로 종종 사고가 발생하는데, 이런 불상사를 막고 건전하게 즐기도록 이끄는 게 저의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이화여대 절주 동아리 ‘헤와(HEWA·HAPPY EWHA WITHOUT ALCOHOL)’ 회장인 차미란(22·보건관리학과 3년·사진)씨의 말이다. 올해 회장을 맡은 차 씨는 활발한 활동으루 주목을 끌고 있다. 동료 학생들에게 절주서약서를 받고 ‘절주 차(茶)’를 나눠주고 있다.

음주 실태를 조사해 알리고, 술의 폐해를 보여주는 인체 모형을 학교 안에 전시해 술 줄이는 분위기를 유도하고 있다. 절주 퀴즈 행사를 벌이고, 금요일 저녁엔 ‘술 없이도 행복한 금요일’ 등 영화 상영을 하면서 ‘절주’문화를 확산하고 있다.

축제 때는 무알콜 칵테일 시음회를 열었다. 알코올 없이도 얼마든지 즐겁게 마시고 대화를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헤와’는 2007년 활동을 시작했다.

이들이 권장하는 ‘적당한’ 술의 양은 주종에 관계없이 두 잔까지다. 맥주든, 소주든 석 잔 이상은 몸과 마음에 해롭다는 것이다. “저희도 가끔 회식을 하지만 술은 별로 안 마셔요. 저녁 식사하면서 맥주 한 잔 하는 정도죠.”

주변에서는 ‘절주 동아리 회장’이라는 자리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주변 학생들은 처음엔 ‘그런 동아리가 있느냐’며 놀라곤 하지만 곧 이해를 하더군요. 저의 권유로 술을 줄였다는 친구도 몇 명 있습니다.”

현재 국내 32개 대학에 절주 동아리가 있다.

보건복지부가 2007년부터 이들의 활동을 지원하고 있으며, 대한보건협회가 관리한다. 회장들은 월별 활동 보고를 하고 정기적으로 모여 의견을 나눈다. 그들은 올해 5월엔 대한보건협회가 주관한 대학생 절주 리더 양성 교육에도 참석했다.

“다른 학교 학생들과 토론하고 발표하면서 학생들의 음주 문제가 심각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음주 폐해가 덜 알려져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는 이가 많지 않은 것도 문제고요. 앞으로 제가 할 일이 많아 어깨가 무겁습니다.”

절주 운동을 펴는 20대 여학생은 어떤 방안을 제시할까.

“청소년에게 술을 대체할 대상을 찾아줘야 할 것 같아요. 게임을 하면서 신나게 놀 수 있는 다른 문화 말이죠. 그리고 직장에선 높은 분들이 앞장서서 ‘분위기’를 조성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학생 때 절주를 했더라도 사회 나가서 흐트러지면 소용이 없잖아요.”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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