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IMF 벗어난 것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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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정부가 국제통화기금 (IMF) 과 합의한 3분기 정책은 이제까지 유지해 왔던 고금리 및 재정정책을 완화하고 그 대신 금융건전성 감독과 기업개혁은 고삐를 더 조이는 방향으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동안 IMF처방전에 관한 국내외의 비판에 대해 완강하게 초기입장을 고수해 왔던 IMF가 더 이상의 경기침체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동의했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 배경에는 물론 긴급한 외환위기가 해소되면서 환율도 안정권에 접어들었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합의에 대해 벌써부터 사회 일각에서는 환율의 급락과 때를 맞춰 이제야 경제가 풀린다고 안심하는 풍조가 나타나고 있다.

이는 큰 오해다. 지금은 IMF터널을 지났다고 긴장을 풀기에는 시기상조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마치 IMF를 설득해 이제부터 돈을 풀고 그래서 금리도 내릴 것처럼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지 않아야 할 것이다.

책임 있는 정부관료는 언행을 조심해 환율과 금리가 가급적 시장에서 변화하도록 시장여건을 만들어주는 모습을 견지해야 한다.

만약 현상황에서 정부가 이제부터 구조조정을 포기하고 무작정 인플레라도 일으켜 경기부양을 하는 것으로 국민이 착각하면 큰일 나기 때문이다.

IMF와 정책전환에 합의한 것은 정부관료가 한 건 한 게 아니라 산업기반의 붕괴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IMF도 동의했다고 소극적으로 해석하는 게 옳을 것이다.

정부는 이번 합의로 운용에 다소 여유를 갖게 된 보유외환을 애로를 겪고 있는 수출금융을 위해 집중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경기침체를 막고 IMF관리체제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는 길은 역시 수출을 지속적으로 늘리는 것밖에 없다.

그러나 기업들도 막연하게 정부의 지원만 기다리고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IMF와의 정책전환 합의가 스스로 해야 할 구조조정 및 합리화노력의 지연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노사협력과 기술혁신을 통한 생산성향상만이 수출회복의 관건이다.

IMF합의로 금융기관과 기업의 구조조정 강도가 더 높아졌음을 소홀히 보아서는 안된다.

정부는 거시정책 운용에서 다소 여유를 갖게 된 기회를 이용해 한보와 기아를 포함한 부실기업을 가급적 신속하게 처리하고 재정적자로 마련한 돈을 금융부문의 구조조정을 위해 지출해야 한다.

구조조정이 빨리 끝나야 경제가 본격적으로 활력을 찾는다는 점을 국민에게 솔직하게 홍보하고 건전한 경제행위를 유도하는 데 만전을 기해야 한다.

기업도 낮아진 금리를 이용해 최대한 빨리 재무구조 개선을 서두르고 노사합의를 통해 수익성을 늘릴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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