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청와대 - 군 갈등 마무리 잘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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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국방부는 어제 '북한 경비정 무선 보고 누락'에 관련된 해군과 합동참모본부의 간부 전원을 '경고수준'에서 징계키로 했다고 밝혔다. 당초에는 '엄중문책'키로 건의했으나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이같이 결정했다고 한다. 우선 문제를 확대시키지 않고 경고수준으로 끝낸 것은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엄청난 잘못을 한 것처럼 문제를 확대시켰던 사건발생 당시의 태도와 비교하면 어리둥절해진다. 이런 일을 가지고 청와대가 왜 군을 몰아붙였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가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대통령과 군의 대립으로 비춰져 국민에게 큰 불안감을 주었다. 그러나 진상조사 결과 그럴 만한 사안이 아니었다. 우선 이번 사태의 단초가 됐던 '보고누락'은 관련자들의 부주의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청와대 등 여권에서 '군 통수권에 대한 도전'이니 '남북관계의 진전을 막겠다는 군부 강경세력의 허위보고'니 했지만 그런 측면은 없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청와대가 다른 경로를 통해 '보고누락'을 알게 된 후 자초지종을 알아보지도 않고 이를 공개한 것은 매우 잘못된 처사였다. 우리 영해를 침범한 북한은 아무런 잘못이 없고 마치 우리 군이 과잉대응을 한 것처럼 비춰지게 했기 때문이다. 북한의 의도는 무엇인지, 작전은 제대로 된 것인지 종합적으로 검토하면서, 문제는 문제대로 조용히 처리했어도 될 일을 갖고 이런 호들갑을 떤 것이다.

사태를 악화시킨 것은 청와대 측에 깔려있던 군에 대한 불신이라고 본다. 그러나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과 군 사이에 불신은 있어서도, 있을 수도 없다. 그런 불신이 있다면 안보를 누구에게 맡길 수 있겠는가. 그런 점에서 청와대와 군은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심기일전해야 한다. 쓸데없는 오해가 생기지 않으려면 정확한 보고와 무한한 신뢰가 있어야 한다. 이번 일로 대북 대응작전에 추호라도 허점이 있어서는 안 된다. 북한의 북방한계선(NLL)침범에 대한 우리의 대응이 무기력해졌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