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여성 경찰서장 탄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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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 생물적.심리적.경제적 운명이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여성적이란 말로 표현되는, 남성과 고자의 중간에 위치한 여성이란 존재를 만드는 것은 그들이 속한 총체적 문화 바로 그것이다. " 프랑스철학자 시몬 드 보부아르는 1949년 '제2의 성 (性)' 을 출간했다.

이 책은 세계적 베스트 셀러가 됐으며, 20세기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책들 가운데 하나이자 현대 여성운동의 원천이 됐다.

여성들은 자신들을 일깨워준 보부아르에게 열렬한 찬사를 보냈다.

미국 여성운동가 베티 프리던은 보부아르를 '여성역사상 진정한 영웅' 이라고 불렀다.

'제2의 성' 은 소녀가 어떻게 주위의 압력에 의해 '여자답게' 만들어지는가, 성인이 된 후 여성은 비인간적 생활양식에서 얼마나 괴로움을 받는가, 이같은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성은 얼마나 헛된 노력을 하는가, 그리고 여성은 참된 인간으로 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설명한다.

결론적으로 여성은 남성에 뒤지도록 숙명지워진 것이 아니며,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누리기 위해선 노동을 통해 경제적 자립을 확보해야 한다고 보부아르는 주장한다.

남성지배적문화에서 여성이 자기를 회복하는 노력은 여자다움이란 굴레를 벗고 남성과 당당한 경쟁을 통해 이뤄진다.

미국 경제학자 피터 드러커는 '새로운 현실' 에서 미래사회의 특성을 개방사회.통합사회.인본 (人本) 사회로 규정했다.

억압과 통제가 사라지고 자율성이 보편적 가치로 정착된 사회, 다양한 요구와 가치가 통합된 미래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하는 것은 직업적 전문성을 높여 자신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것이다.

최근 여성의 사회진출에서 두드러진 현상은 과거 남성의 세계로 인식돼 온 분야에 활발히 진출하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 예가 군과 경찰이다.

지난해말 실시한 여군 사관후보생 선발시험은 사상 최고인 23대1을 기록했으며, 올해 실시된 여경 (女警) 채용시험은 전국 평균 71.5대1을 기록했다.

IMF사태로 인한 여성 취업난도 한 이유겠지만 그보다는 이들 직업의 전문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1일 한국 최초로 여성 경찰서장이 탄생했다. 1천6백명 여경들에겐 반가운 뉴스다.

이같은 경사가 앞으로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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