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아파트 찾는 손님 뚝 끊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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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 전용면적이 25.7평 이하 아파트 원가연동제 실시 발표 이후 미분양을 사려는 소비자들의 발길도 줄어들었다. 사진은 방문객이 끊겨 썰렁한 지방의 한 모델하우스.

아파트 분양시장에 원가연동제 '사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이 제도는 내년 3월 시행될 예정이지만 벌써 분양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 최근 분양한 아파트는 계약률이 저조하고 조금씩 팔리던 미분양도 찾는 손님이 끊겼다. 분양시장 침체에 원가연동제까지 겹쳐 소비자들이 분양받는 것을 미룬 때문이다. 건설업체들은 하반기 분양을 강행해야 할지, 미뤄야 할지 전전긍긍이다. 원가연동제를 피해 분양 평형을 바꾸려는 업체도 있다.

◇중소형 계약률 저조=30평형대(분양 평형) 이하 아파트가 타격을 받고 있다. 경기도 화성시 동탄 신도시만 제2기 신도시 첫 주자라는 차별성 때문에 평균 90% 이상(21일 끝난 초기 계약기간 기준) 계약돼 선전했을 뿐 다른 지역은 대부분 50% 이하의 초기 계약률로 고전하고 있다.

특히 동탄 신도시 주변이 심각하다. 지난 15~23일 계약한 화성시 태안읍 일대 2~3개 단지는 초기 계약률이 20~30% 선에 그쳤다. 분양업체 관계자는 "입지여건이 더 나은 택지지구 분양가가 내려간다는 소식에 주변 민영아파트가 된서리를 맞았다"며 "동탄 신도시 계약률이 높아 뒷바람이 조금이라도 불기를 기대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서울 동시분양도 예외는 아니다. 원가연동제와는 무관하지만 투자심리가 얼어붙어 계약을 포기하려는 이들이 늘었다. 잠실3단지 25평형에 당첨된 K씨는 계약(26일)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분양가가 비싸 고민하던 차에 분양가가 떨어질 것으로 보여 마음을 바꿨다"고 말했다.

지방은 더하다. 최근 계약한 경남 마산시 J아파트, 대구시 수성구 D아파트, 전남 순천시 N아파트 등도 원가연동제 타격으로 초기 계약률이 20~50%에 그쳤다.

◇미분양 어쩌나=미분양 물량도 20~30평형대의 경우 지난 14일 원가연동제 시행방침 발표 이후 거의 팔리지 않는다. 지난 1월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 분양한 P아파트는 5개월 동안 계약률을 70%까지 올렸으나 이번주 들어 손님이 끊겼다. 서울 도봉구 방학동 D아파트도 32평형 미분양 물량이 하루에 3~4개씩 팔렸으나 요즘은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

지방도 마찬가지. 부산시 해운대구 재송동 S아파트 30평형대의 경우 미분양 구입 문의가 끊겼다. 부산시 망미동 P아파트는 이달 초까지 잘 팔리다 원가연동제 소식 이후 계약률이 60% 선에서 멈춰섰다. 이에 따라 미분양 팔기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하반기가 더 문제=업계는 하반기 계약률은 지금보다 좋지 않을 것으로 우려한다. 분양대행 업체 ㈜더감 이기성 사장은 "내년 이후 판교 신도시 등 알짜물량이 대기하고 있어 그 전까지 소비자가 분양시장을 외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업체들은 분양가를 낮추거나 40평형대 이상의 공급 물량을 늘리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쌍용건설은 9~10월로 예정된 동탄 신도시 1단계(939가구) 분양가를 시범단지보다 낮게 잡기로 했다. 한화건설도 이곳 45평형은 분양가를 시범단지 수준으로 하는 대신 30평형대는 원가연동제를 감안해 낮추기로 했다. 성원건설 이건수 상무는 "30평형대 이하는 되도록 내년 이후로 넘기고 연말까진 37평형 이상으로 공급 전략을 재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성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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