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 귀농' 돈까먹기 십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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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국제통화기금 (IMF) 한파에 따른 귀농 (歸農)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을 대상으로 한 투자성 과대 포장 부동산 상품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귀농 성공사례가 각종 언론매체에 소개되는 것을 기회로 사기성 상품까지 나와 경험없는 귀농자들을 유혹하는 사례가 많다.

농림부에 따르면 올들어 4월까지 귀농자는 2천7백13 가구. 이러한 추세라면 지난해 (1천8백 가구) 보다 3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들중 대부분은 연고지를 찾아 알음알음 과수원.전답등 농지를 구입하고 있으나 부동산 중개업소를 통해 수도권 농지를 매입하려는 사람도 늘고 있다.

한국개발컨설팅 강경래 사장은 "지난달부터 서울에서 2시간이내 거리에 있는 1천5백~2천평 규모의 과수원과 논을 찾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면서 "최근 단양.적성지역등 평야지역 논 2건, 장호원.이천에서 과수원 10여건의 매매를 성사시켰다" 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중개업자들이 귀농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포장해 농지구입을 권유하는 경우도 많아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예컨데 일부중개업자들은 과수원.농지등을 구입해 가족회원들에게 임대하거나 임야를 구입, 청소년 야영장등으로 개발하면 수익성이 높다고 소개하고 있지만 실상은 채산성없는 사업으로 지적되고 있다.

투자비에 비해 수입이 적어 기존에 농지를 갖고 있는 지주가 아니면 사업성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농협 하나로복덕방 주재승 대리는 "교통이 편리한 수도권 농지를 구입하려면 최소 평당 4만~5만원을 줘야하지만 주말농장 5~10평을 임대해봐야 월 1만원의 수입도 못 올린다" 고 말했다.

일부 중개업소에서는 3~4년 뒤 귀농을 고려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미리 토지를 사놓으라고 권유하기도 한다.

토지는 당분간 현지인에게 대리경작을 시키면 된다는 것. 그러나 농번기가 시작되기 전에 대리경작 계약이 대부분 끝나는데다 설사 농사를 지어줄 현지인을 찾았더라도 임대료는 거의 기대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4월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전면 해제돼 외지인의 농지.임야구입이 쉬워진 것도 농지.임야 사전거래를 부추기는 한 요인. 하지만 외부인이 농지를 구입하려면 최소 3백30평을 넘어야 하고 농지취득자격증명도 받아야 한다.

무엇보다 가족중 한사람 이상이 연 30일 이상 농사를 짓고 나머지 기간도 위탁경영을 하도록 하고 있어 최악의 경우 헐값으로 토지를 되 팔아야 할 경우도 생긴다.

실제로 양평군은 지난해말 농사를 짓지 않은 외지인들의 토지에 대해 강제매각 처분명령을 내렸다.

건국컨설팅 유종률 사장은 "보전 농지.임지등 농촌 토지값은 급격히 오르는 경우가 드물다" 며 "먼저 농협등을 찾아 임대농지를 소개받아 농사경험을 해본뒤 농지를 구입해도 늦지 않다" 고 충고한다.

유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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