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세계에 자랑할 만한 벤처기업이자 국산 소프트웨어업계의 대명사인 '한글과 컴퓨터' (한컴) 사가 미국의 최대 소프트웨어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사에 의해 사실상 함락됐다.
크게 보면 그동안 우리가 유치하려고 했던 외국인투자가 또 한 건 성사된 것이고 세계적 규모의 기업간 인수.합병 (M&A) 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한국정부의 벤처기업 육성정책의 비효율성, 소비자의 비양심적 구매행위와 당해기업의 기술개발 게으름이 겹쳐 세계적 소프트웨어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새싹이 미처 다 자라기도 전에 시들었다는 점에서 큰 아쉬움을 남겼다.
그동안 세계에서 유일하다 할 만큼 글은 국산 워드프로세서의 우수성으로 국내시장을 공고히 지켜 왔다.
빌 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사는 한컴의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매우 공격적인 마케팅을 시도했고 초기에는 기업의 사무용 워드프로세서쪽을 집요하게 공략하면서 공격수위를 높여 왔다.
이같은 공격에 직면해 한컴이 살아날 수 있는 길은 정부의 실효성 있는 지적소유권 보호정책과 소비자의 무단복제상품 거부를 통한 지원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물론 소비자보다는 개인용컴퓨터를 팔면서 무단복제품을 끼워 파는 얌체 유통상혼이 더 큰 문제지만 근본적으로는 소비자의 몰이해에 책임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번 일이 지적재산권과 정보의 가치에 대한 국민의 이해가 높아지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동시에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월등한 힘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신제품 개발을 등한히 한 한컴사에도 책임이 있다.
아무리 작은 기업이라도 벤처기업의 세계에서는 기술이 말을 하는 법이다.
그동안 조직에 군살이 끼었다면 이번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자본참여를 계기로 다시 새 출발 했으면 한다.
정부는 그동안 벤처기업을 육성한다고 하면서도 한컴사의 경우를 보면 결국 말로 그쳤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무단복제가 성행하는데도 무단복제를 단속하지 않았고 효과적인 지원도 부족했다.
정부의 벤처기업 육성정책을 다시 한번 재검토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