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집 인테리어 내 손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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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Y 목공 가구 만드는 재미에 푹 빠져 사는 목공방 회원들. 왼쪽부터 이현미·이양재씨, 윤대용 대표, 임수진씨. 최명헌 기자choi315@joongang.co.kr

내집 인테리어 내 손으로
뚝딱뚝딱…행복 짓는 목공방

드르륵 드르륵…쓱싹 쓱싹…뚝딱 뚝딱….
지난 15일 목공방 ‘내가 만든 가구’(대표 윤대용·양천구 신정3동)에 모인 이들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1주일에 두 번 DIY 목공교실 강좌를 듣는 회원들이다. “하루 종일 드릴로 나무에 구멍 뚫는 연습을 하라네요. 몸살 나겠어요.(웃음)” 목공교실에 처음 발을 들여놨다는 임수진(31) 주부. 꿈 만은 야무지다. 곧 이사 갈 집 인테리어를 직접 할 참이다. “결혼 후 처음 마련한 내 집을 내 손으로꾸민다고 생각하니 들떠요.”
 
임씨 옆 이양재(37) 주부는 손놀림이 제법 능숙하다. 수강한지 한 달째로 2개월의 기초과정 중 절반을 채웠다. 그동안 만든 작품만 네다섯 개다. 이론과 실습을 병행하는 강좌여서 손에 작품 하나씩 들고 집에 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만큼 성취감도 크다. 기초과정 수강료는 20만원. 주로 소품이지만 10개 안팎의 작품을 손에 쥘 수 있어 비용을 따져봐도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다’라는 게 이씨의 귀띔이다.
 
이씨 역시 DIY 목공 가구에 손을 댄 이유가 집안 인테리어를 직접 하고 싶어서다. 안 그래도 획일화된 구조의 아파트에 살면서 가구까지 고만고만한 기성품을 들여놓고 싶지 않았다. 팔을 걷어붙이고 찾아나선 게 바로 이곳. 전기드릴·샌더(목재의 거친 표면을 고르거나 갈아낼 때 사용하는 기계)·타카(못 박는 기계) 등 웬만한 공구는 다 갖춘 데다 소음과 먼지 때문에 집안에선 엄두도 못낼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처음엔 공구 다루는 게 두려웠어요. 집선 못 하나 박아본 적이 없거든요. 나무 재단은 강사들이 해주기 때문에 사실 그리 위험한 일은 없어요.”
 
공방 고참격인 이경주(36) 주부는 아예 몇 가지 공구를 구입해 간단한 작업은 집에서도 한다. 아들 승환(10)이가 한몫 거들면서 모자(母子) 사이에 이야깃거리도 풍부해졌다. 아들은 주로 색칠을 맡는다. “나무를 만지는 일이라 아이 정서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마감재며 페인트까지 천연재료를 사용하니까 아이 가구로도 안심이에요.” 이씨가 달포에 걸쳐 만들고 있는 작품은 식탁이다. 가구점을 다 돌아봐도 달랑 세 명으로 단출한 이씨 가족에게 맞는 식탁이 없었다. 이씨는 기존 4인 식탁의 2/3 크기로 이번 식탁을 제작했다. 식탁 아랫부분은 전기밥솥과 전자레인지를 수납할 수 있도록 꾸몄다.
 
“살림하다보면 수납공간이 많이 필요해요. 기존 식탁은 아랫부분을 빈 공간으로 두는 게 늘 아쉬웠거든요.” 이씨는 계절에 걸맞게 하얗게 색칠하고 식탁 위 가운데 부분에 시원한 느낌의 타일을 붙였다. 현재 공정은 60% 정도. 아들은 벌써부터 “식탁 언제 가져오냐”며 목을 빼고 기다린다. “색칠하다 페인트가 뭉치고 엉뚱한 자리에 나사 박을 구멍을 내는 등 실수가 비일비재해요. 구입한 가구라면 당연히 속상하죠. 하지만 제가 만든 것이어서 눈에 거슬리지 않아요.(웃음)”
 
이현미(38) 주부는 세 아이에게 가구를 선물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작품마다 아이의 이름을 새겨준다. 이씨가 작업중인 책꽂이는 영어 공부를 시작한 큰 딸(11)에게 줄 선물이다. 크기가 제각각인 원서를 꽂을 수 있게 선반의 높이를 다양하게 하고 영어 CD 수납장도 만들었다. “4년 전, 남편(송인석·40)이 취미로 목공예를 했어요. 책장과 책꽂이를 초등학교 입학 선물로 받고 기뻐하던 큰 딸 모습이 생생해요. 남편이 바쁘니까 손아래 두 아들 선물은 제가 하려고요. 엄마가 만들어 주는 세상에서단 하나 뿐인 가구잖아요.”

목공방의 윤대용 대표는 “기초과정만 이수해도 선반 정도는 손쉽게 만들 수 있다”며 “선반에 화분을 얹어 벽을 장식하면 올 여름 집안온도 1℃쯤은 충분히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목공교실은 기초반(두 달 과정)과 중급반(교육시간은 상담 후 결정)으로 나뉜다. 수강후엔 회원 자격으로 목공방을 이용할 수 있다.

김은정 기자 hap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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