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 냄새 싫어하지 마라, 적당한 땀은 복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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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강일구

바야흐로 땀의 계절이다. 땀은 한낮, 한여름에만 흘리는 것이 아니다. 하루 24시간, 사시사철 나온다. 기쁠 때, 슬플 때를 가리지 않는다. 더위를 피해 물속에 들어가도 흐른다. 공포영화를 보거나 운동경기를 보는 도중엔 자신도 모르게 손에 땀이 흥건히 괸다. 응원하는 팀이 위기를 맞을 때는 식은땀까지 흘린다. 땀을 지저분하고 냄새나는 귀찮은 존재로만 여기는 사람이 많다. 땀을 우리 몸의 열을 발산시켜 체온을 조절하며 몸안의 노폐물을 밖으로 내보내는 소중한 존재다.

이유 없이 땀 많이 나면 치료 받아야

땀은 소중하고 정상적인 생리작용이나 분비량은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유전적 소인도 작용한다. 부모가 땀을 많이 흘리면 자녀가 대물림할 가능성이 크다. 또 각자가 타고난 땀구멍의 크기·수에 따라 분비량이 달라진다.

병원 방문이 권장되는 ‘특별한 땀’도 있다. 한림대 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박경희 교수는 “특별한 이유 없이 밤에 지속적으로 땀을 많이 흘리면서 체중 감소·피로감·열감 등이 동반되거나 몸 한쪽에서만 땀이 난다면 전문적인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결핵·당뇨병·심장질환·갑상선기능항진증·파킨슨병·척수나 신경계 질환·뇌의 이상 등이 과도한 땀의 ‘숨은’ 원인일 수 있다.

너무 많이 흘려도 탈, 너무 안 흘려도 탈

일반적으로 특정 부위에서 5분간 100mL 이상 땀이 나오면 다한증이라 한다. 무한증은 말 그대로 땀을 거의 흘리지 않는 것이다.

다한증이 있으면 겨울에 땀 때문에 동상을 입을 수 있고 지나친 열 손실 탓에 감기에 걸릴 수 있다. 악수하기가 겁나서 샐러리맨을 하기도 힘들다.

반면 무한증 환자는 체온 유지가 힘들고 노폐물 배출에 애를 먹는다. 무더위에도 열 발산을 못해 일사병에 걸리기 쉽다.

식은땀은 감정 흐트러질 때 생겨

식은땀은 감정이 심하게 흔들릴 때 주로 생긴다. 불안·공포를 느끼거나, 오싹한 영화를 보거나, 깜짝 놀랄 때 흐른다.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극도로 긴장할 때도 분비된다. 일반적으로 식은땀은 더위보다는 감정·스트레스 등에 의해 생긴다. 정신적인 땀인 셈이다.

강남차병원 가정의학과 최준영 교수는 “운동·사우나 후에 흘리는 땀은 우리 몸이 열을 발산하기 위해 혈관을 확장시킨(땀샘 확대) 결과지만 정신·신체적 위험에 처했을 때 나오는 식은땀은 갑작스러운 땀샘 수축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밥 먹으면서 몸에 열 생겨 흘리게 돼

음식을 먹으면 각종 영양소가 소화되는 과정에서 열이 생긴다. 이는 체온 상승 요인이고 이 열을 식히기 위해 나는 것이 땀이다. 뜨겁거나 맵거나 시거나 자극적인 음식을 먹어 자율신경이 자극을 받아도 땀이 분비된다.

이 같은 반응은 극히 정상적인 생리 현상이다. 그러나 식사 중에 땀이 비 오듯이 쏟아지는 것은 미각성 다한증이다. 미각에 의해 자율신경이 자극을 받아 이마·콧등·입술 주위·가슴 앞부분 등에서 땀이 많이 난다.

근육질·비만이면 자다가도 ‘뻘뻘’

침실의 온도가 지나치게 높거나 이불을 많이 덮는 것이 원인일 수 있다. 몸집이 큰 근육질이거나(기초대사량이 높다) 뚱뚱한 사람도 수면 도중 땀을 많이 흘린다. 이 정도라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이렇다 할 이유가 없는데도 침대가 젖을 만큼 땀을 많이 흘린다면 건강 이상을 예고하는 신호탄일 수 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일러스트=강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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