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food] 오호라, 남아공 와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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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맨 빈트너스 피노타지 2. 투오션스 피노타지 3. KWV 루드버그

호주·뉴질랜드·칠레 등 여타 신세계 국가 와인과는 달리 남아공 와인은 아직 한국인에게 낯설다. 이 나라가 350년간 와인을 생산해 왔고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많은 양의 와인을 제조하는 국가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2010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남아공 와인은 더욱 주목받을 전망이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오늘 케이프에서 자란 포도로 와인이 처음 만들어졌습니다.”

남아공 와인 산지의 관문, 케이프 주의 첫 주지사였던 네덜란드인 얀 반 리벡이 1659년 2월 2일 일기에 쓴 글이다. 유럽인들은 어디든 도착하자마자 포도나무를 심었다. 이곳에 이주한 네덜란드·영국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이후 와인 생산은 계속됐지만 품질은 형편없었다. 1970년대 이후 개선 노력이 커지면서 품질은 빠르게 향상됐고, 94년 넬슨 만델라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부터는 본격적인 해외 수출 활로까지 열렸다. “민주화가 이루어진 94년부터 와인의 르네상스 시대도 함께 열렸습니다.” 남아공의 유명 와이너리인 맨 빈트너스 마케팅 담당자 매튜 쿡의 말이다.

한국 수입은 2004년 무렵 시작됐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당시 2~5개 국내 회사만이 이 국가의 와인을 수입했지만, 2009년 4월 기준 27개의 수입사가 50여 개의 와이너리로부터 200여 종의 와인을 수입하고 있다. 이 괄목할 만한 성장의 이유로 와인 칼럼니스트 김혁씨는 ‘품질 대비 저렴한 가격’을 꼽았다. 실제 남아공 와인은 1만~2만원대에서 골라도 품질이 나쁘지 않다는 평이 많다.

피노타지는 남아공 와인의 정체성을 잘 보여 주는 토착 품종이다. 피노 누아와 생소를 교배한 것으로 베리 향이 풍부한 진한 레드빛 와인을 만든다. 90년대 이후 세계시장에서 주목받기 시작해 현재 ‘남아공의 미래’로 불리고 있다.

남아공 최대 규모 와이너리인 니더버그는 ‘투오션스 피노타지’를 생산한다. 짙고 스파이시한 맛에 풍성한 과일 향이 특징. 농축된 과일 향의 신선함과 적당한 타닌의 무게감이 균형을 이룬다는 평이다.

‘맨 빈트너스 피노타지’도 국내에 수입되고 있다. 레드 베리의 풍미에 시나몬과 육두구의 매력적인 매운 맛을 지닌 와인으로 부드러운 타닌과 과일 향을 느낄 수 있다. KWV의 ‘KWV 루드버그’는 피노타지ㆍ시라ㆍ카베르네 소비뇽을 블렌딩한 것이다. 진한 첫맛에 비해 부드럽게 여운을 남기는 뒷맛이 인상적인 미디엄 보디 와인이다. 남아공 대사관 측은 피노타지 품종의 와인과 잘 어울리는 한국 음식으로 양념통닭, 김치전, 양념 불고기, 돼지 갈비 등을 꼽았다.

송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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