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호점 낸 ‘본죽·비빔밥’ 김철호 사장, 부인 최복이 연구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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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프랜차이즈로는 국내 처음으로 1000호점을 돌파한 본아이에프 김철호사장(右)과 부인 최복이 본브랜드연구소장.

창업 6년 만에 한식 프랜차이즈로는 처음으로 최근 가맹점 1000호를 돌파한 ‘본죽’과 ‘본비빔밥’을 운영하는 김철호(46) 본아이에프 사장은 지난달 15일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부인 최복이(44) 본브랜드연구소장과 직원 10명이 동행했다. 시카고에서 열린 ‘2009 국제외식산업박람회(NRA Show)’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환자들이 먹는 음식’을 ‘한 끼 식사’로 바꿔놓은 김 사장 부부가 미주지역 최대 외식박람회에 비빔밥을 들고 나가 반응을 살핀 것이다.

미국에 도착한 뒤 부부는 비빔밥 재료부터 구했다. 현지 한인마트와 시장에서 20여 가지 야채와 버섯·고기를 샀다. 국내라면 간단히 준비했겠지만, 숙소에서 한인마트를 오가는 데만 네다섯 시간이 걸렸다. 박람회장 부스에는 많은 양의 음식을 조리할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았다. 식당 주방을 빌려 쓸 수 있는 곳을 찾다 보니 행사장과 한 시간이나 떨어진 호텔을 숙소로 정했다. 박람회 전날 오후 8시에 시작한 나물 만들기는 500명 분량을 손질하고 볶다 보니 다음날 오전 4시에야 끝이 났다.

지난달 16~19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2009 국제외식박람회’(NRA Show)의 본비빔밥 부스에서 외국인들이 회사 관계자와 함께 대형 주걱으로 250인분의 비빔밥을 비비는 이벤트에 참여하고 있다. [본아이에프 제공]

박람회가 열린 시카고 매코믹센터의 본비빔밥 부스에는 전기밥솥으로 한 밥에 나물과 고기가 곁들어진 비빔밥이 차려졌다. 현지인의 입맛을 고려해 고추장 외에 참기름과 올리브 오일도 소스로 내놨다. 하지만 비빔밥에 대한 인지도는 예상과 달랐다. 최 소장은 “비빔밥이 어떤 음식인지를 아는 외국인이 너무 적었다”며 “부스를 찾은 이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한식에 대해 알거나 접해 본 이들이 5%도 안 되더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한식의 세계화를 준비하는 우리의 현주소가 우물 안에서 하늘을 바라보는 수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일단 비빔밥을 맛본 후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외국인들 사이에선 야채비빔밥보다 버섯불고기 비빔밥의 인기가 훨씬 좋았는데, 고추장보다 간장 소스를 선호했다. 최 소장은 “설문조사 결과 시식한 이들의 87%가 비빔밥의 맛에 대해 5점 만점에 4점 이상을 줬다”고 소개했다. 부스에선 ‘초대형 비빔밥 비비기’ 이벤트를 열었다. 대형 용기에 250인분의 밥·나물·소스를 넣고 대형 주걱으로 비비는 행사였는데, 외국인들이 참여해 즐겁게 비빔밥을 비볐다. 현지 언론은 이를 보고 ‘재료가 어우러지면서 조화를 이루는 비빔밥은 ‘맛있고 건강한 패스트푸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비빔 이벤트 후 현지 레스토랑 회사와 유통업자를 비롯해 미국·캐나다·태국·인도네시아·대만·네덜란드의 외식 관계자들이 상담을 요청해 왔다. 최 소장은 “나흘간 1800여 명이 비빔밥을 시식했고, 정식 진출하지 않은 상태인데도 가맹점 문의가 들어왔다”며 “한식 업체가 준비를 제대로 갖춰 해외에 나간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현지에서 만난 외식마케팅 전문가들은 비빔밥의 약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맛이 무난하지만 기억에 남을 만한 강하고 독특한 맛이나 차별화된 컨셉트가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김 사장은 “ ‘팬더익스프레스’라는 중국 음식 테이크아웃 프랜차이즈가 미국에 1300개 매장을 운영 중이듯, 정부가 성공한 한식 프랜차이즈 모델을 선정해 해외 진출을 위한 법적·제도적 지원을 하는 게 현실적인 한식 세계화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외환위기 때 사업이 부도가 나자 김 사장은 밤에 호떡 장사를 하고 낮에 요리학원을 다녔다. 언젠가 외식업을 하겠다는 생각에서였다. 2002년 그는 죽으로 외식업에 뛰어들었다. 주위에선 ‘환자용 음식으로 장사가 되겠느냐’고 했지만 ‘환자가 먹을 정도면 영양식인데, 한 끼 식사가 될 수 있으니 주문 즉시 만들 방법만 찾자’고 생각했다. 부인 최 소장이 표준화된 조리법을 연구했다. 6개월 동안 김 사장네 가족은 죽만 먹고 살다시피 했다고 한다.

자금이 부족해 대학로 뒷골목 2층에 차린 1호점이 대박이 나면서 본죽은 1000호점으로까지 이어졌다. 김 사장 내외는 본비빔밥과 본국수대청 브랜드를 추가로 선보였다. 요즘은 해외 진출을 위한 복합매장 개발에 열심이다. 최 소장은 “지난 4년 동안 미국·일본·중국·베트남·말레이시아에서 점포를 운영했지만 현지 외국인이 아니라 그곳의 한인을 상대로 했었다”며 “본죽 한 가지로는 현지인을 사로잡기에 부족해 비빔밥·국수 등 다양한 메뉴를 함께 선보이는 매장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과 최 소장은 충남대 국어국문학과 1년 선후배 사이다. 19일 중국 광둥성 둥관시에 죽·비빔밥·국수를 파는 중국 4호점을 연다. 스스로를 ‘촌사람들’이라고 부르는 김 사장 내외는 “첫 공략지는 중국이다. 중국에서 성공한 뒤 다른 나라로 가겠다”고 말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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