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0년 넘은 이혼여성 절반 재산의 50% 이상 나눠 가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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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재판에서 결혼한 지 10년이 넘는 여성 중 50%가 재산의 절반 이상을 분할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는 지난해 서울 지역 법원 합의부에서 내려진 이혼 사건 판결문 195건과 조정 합의 조서 91건을 분석했다. 이 중 재산 분할 비율이 명시된 이혼 판결은 132건이었다. 결혼 기간이 10년 미만인 경우 재산의 절반 이상을 인정받은 여성은 13.8%에 그쳤다. 반면 결혼 기간이 10년을 넘으면 49.5%가 재산의 절반 이상을 나눠 갖게 됐다.

남편이 평범한 직장인이나 자영업자로 ▶아내가 가사나 양육, 맞벌이를 통해 재산 형성에 기여했거나 ▶친정의 도움을 받아온 경우 여성의 분할 비율이 컸다.

한 50대 여성은 재산의 80%를 받게 됐는데, 결혼 생활 28년 동안 함께 가게를 운영하면서 아파트를 장만하고, 남편이 도박이나 증권 투자 등으로 수억원을 날린 점이 참작됐다. 또 한 60대 여성은 30여 년간 부부로 지내면서 자녀 양육과 다가구주택 세입자 관리 등으로 재산을 모으는 데 기여한 것이 인정돼 55%를 받아냈다.

반면 남편이 사업이나 전문직에 종사해 큰돈을 벌었거나 시댁에서 집값 또는 전세금을 대준 때는 여성이 받는 몫은 크지 않았다. 시아버지에게서 사업체를 물려받은 남편을 둔 30대 여성은 결혼 14년간 남편의 외도로 고통받았으나 재산 가운데 30%의 몫만 인정받았다.

위자료는 부부 관계가 깨진 데 누구 책임이 얼마나 크냐에 따라 액수가 달라진다. 위자료를 주고받은 122쌍 중 45.1%가 3000만~4000만원을 받았다. 5000만원을 넘는 경우는 6명에 그쳤다. 한 30대 여성은 기업체 대표인 남편의 간통으로 1억원의 위자료 판결을, 30대 남성도 부인의 불륜으로 8000만원의 위자료 판결을 받아냈다. 한 40대 주부는 생활비를 주지 않으면서 불륜까지 저지른 남편과 자신을 푸대접해 온 시어머니에게서 5000만원씩의 위자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미성년 자녀를 기르지 않는 쪽이 기르는 쪽에게 주는 양육비는 30만~50만원이 58.6%로 가장 많았다. 55만~80만원이 23.0%로 그 뒤를 이었다. 100만원 이상인 경우는 13.8%였다. 경제적 능력이 양육비를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기업체 대표는 200만원, 의사·회계사 등 전문직종은 80만~100만원대의 양육비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권석천·이에스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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