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경제관료 대숙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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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난해 2월 황장엽 (黃長燁) 노동당 비서 망명으로 촉발된 평양의 고위층 물갈이 작업이 1년 이상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경제관료와 무역일꾼에 대한 강도높은 사정작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달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중국의 한 소식통은 "지난해 9월 부패사건에 연루된 청년동맹간부 10여명이 총살된 후 해외에 나와있는 무역일꾼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열사업이 전개되고 있다" 고 밝혔다.이미 정무원 산하 경제부서에 소속돼 있는 중간간부들의 상당수가 물갈이 됐다고 한다. 이런 움직임은 정무원의 고위급 인사개편에서도 감지된다. 올해 들어 정무원 지방공업부장과 자재공급위원회 위원장 (장관급) 을 경질하고 조정웅과 노두철을 각각 임명했다. 모두 경제관료라는 점이 눈에 띈다.

지난해에는 정무원 수산부장, 건재공업부장, 금속공업부 제1부부장, 국가건설위원회 제1부위원장 등이 새로 임명돼 경제관료의 교체 폭이 컸다. 그동안 남북경협의 창구역할을 했던 주요 인물들의 부침도 주목된다. 대남 (對南) 경협 창구인 광명성경제연합회 총회장 김봉익이 최근 경질되고 그 산하의 삼천리총회사 사장 정운업이 승진.임명됐다.

와병설과 숙청설이 엇갈리는 대외경제협력추진위원회 위원장 김정우는 경협과정에서 뇌물수수가 문제돼 재기불능 상태에 빠졌다는 소문이 흘러나오고 있다. 경제관료 교체는 경제난과 부패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일부 무역일꾼들의 집에서 엄청난 액수의 달러가 발견돼 김정일이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양의 분위기는 경협 베이징 (北京) 창구에도 반영되고 있다. 경협논의 이외에 불필요한 오해를 살 행동을 피하고 있다는 것이 기업인들의 전언이다. 북한의 경제관료와 무역일꾼에 대한 대대적인 교체작업은 단기적으로 혼란을 가져오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남북경협을 활성화하는 조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한 기업의 대북팀장은 "그동안 대남창구로 나와있는 북한의 무역일꾼들이 계약액을 부풀리거나 개인적으로 뒷돈을 챙긴 경우가 많았다" 며 "북한의 사정작업은 장기적으로 남북경협의 거품을 빼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고 전망했다.

정창현 기자

〈jch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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