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무디스]산업은행 등 19개은행 신용등급 하향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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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세계적 신용평가기관인 미국 무디스가 한국의 국책.시중.지방은행 등 국내 19개 은행의 신용등급을 무더기로 내렸다.

이는 신용등급 상향조정을 기대해온 정부의 판단을 무색하게 하는 것인데다 국내은행의 외화차입을 더욱 어렵게 하는 것이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

무디스는 11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장기신용등급을 Ba1에서 Ba2로 한단계씩 낮췄다.

이들 국책은행은 통상 국가신용등급과 같은 수준을 유지하기 때문에 현재 Ba1인 국가신용등급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시중은행 가운데는 한일.조흥.경기은행의 장기신용등급이 Ba1에서 B1으로 세단계씩 내려갔다.

Ba1~Ba3는 장래가 불확실해 투자했다가는 '돈을 떼일 가능성이 있는' 등급이고, 이보다 낮은 B1~B3는 '돈을 떼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등급이다.

주택.신한.국민은행의 경우 장기신용등급은 그대로였지만 후순위채 등급이 Ba1에서 Ba3로 두계단씩 떨어졌고 제일.서울.상업.외환은행의 후순위채등급도 B2에서 B3로 한계단씩 내려갔다.

하향조정의 배경과 관련, 무디스는 "금융위기로 한국 은행들이 위협을 받고 있으며, 금융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질지 여전히 의심스럽다" 며 "국책은행의 경우 부실기업을 지원하는 바람에 재무건전성이 악화됐다" 고 지적했다.

또 신용등급 관련 조사에 들어간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 (S&P) 측은 11일 재정경제부를 방문, "현재 신용등급을 조정할 계획은 없으며, 이번에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볼 계획" 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지난 8일 S&P의 어네스트 네피어 이사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투자부적격인 ) 이 향후 1~3년간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 말한 바 있다.

고현곤.신예리 기자 〈hkko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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