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 "한국신용도 못올린다" 선언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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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 (S&P)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앞으로 1~3년간 상향조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은 한마디로 충격적이다. 이는 외환위기가 상당기간 계속된다는 의미인데다 환율.금리.물가.성장.실업 등에 일파만파 (一波萬波) 로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정부와 국제통화기금 (IMF) 은 최근 외환위기를 어느정도 벗어났다는 전제아래 실물경제 회복에 주력하기로 합의했는데, 이렇게 되면 기본 전제가 흔들릴 가능성마저 있다. 더욱이 최근 인도네시아 시위사태가 악화되고, 중국의 성장이 둔화되는 등 아시아 전체가 위기국면으로 치닫고 있어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은 BB+.이는 여전히 투자했다가 돈을 떼일 위험이 있다는 '투자부적격' 등급에 속한다.

◇파장 = 외화가 잘 들어오지 않는다. 굳이 외화를 들여오려면 높은 금리를 물 수밖에 없다.

정부가 지난달 등급으로 발행한 외국환평형기금채권 금리가 연 9% 안팎이었는데 앞으로도 별로 나아질 게 없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연내에 추가로 들여올 ▶외평채 50억달러 이상 ▶국책은행 신디케이트론 30억달러 이상 ▶선진13개국 협조융자 80억달러 등의 금리조건도 당초 기대처럼 떨어지기 힘들 전망이다.

또 이미 1백억달러에 달하는 연간 외채이자 부담이 계속돼 경상수지 흑자를 갉아먹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국내금리의 인하에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원화환율의 하락도 기대하기 힘들다. 재정경제부는 에 머무르고, 경상수지 흑자가 2백억달러일 경우 올평균 원화환율은 1천4백50원, 경상수지 흑자가 3백억달러에 달해봐야 70원이 떨어진 1천3백80원 정도로 보고 있다.

◇대책 = S&P는 국가신용등급을 조정할 때 구조조정 능력을 중시한다. 따라서 정부는 부실 금융기관.기업을 정리하는 등 구조조정을 보다 과감히 밀고나가야 한다.

금융기관 외화자산에 대한 감독도 강화해야 한다. 외국자본과의 제휴나 합작도 적극 권장해야 하며, 노사정 합의를 차질없이 추진하는 것도 중요한 변수다.

외국환관리법 폐지 등 추진중인 법규 개정을 서두르고, 알짜 공기업을 해외에 매각해야 한다. 팔겠다고 말만해서는 대외신인도를 높일 수 없다. 한국에 대한 불필요한 루머를 줄이는 것도 정부가 신경쓸 분야다.

고현곤 기자

〈hkko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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