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고시 화제의 얼굴]14세 장성철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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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국제통화기금 (IMF) 사태 여파로 지방에서 일을 하시게 된 아빠가 열흘에 한번밖에 집에 오지 못하세요. 외로움을 이기려고 공부에 매달렸는데 뜻밖의 결과를 얻게 됐어요. " 부모의 이혼으로 초등학교 4학년만 마치고 아버지 (54) 를 따라 대전에서 대책없이 상경한 장성철 (張盛喆.14) 군은 지난해 5월 중학교 입학 검정고시를 시작으로 이번에 고졸검정고시에 합격, 1년 만에 초.중.고교 졸업 자격을 얻는 진기록을 세웠다.

서울종로구숭인1동 달동네 단칸 월세방이 張군의 공부방. 張군은 "공부를 열심히 하다보면 외로움을 잊을 수 있었고 시간도 잘 지나갔다" 고 말했다.

張군의 성적은 1백점 만점에 평균 70.6점. 잇따른 검정고시 합격으로 같은 나이의 동료 (중학교 2학년) 보다 4년 빨리 대학 진학의 길이 열렸다.

아버지가 주고 가는 생활비를 쪼개 학원에 다니면서 수능공부에 매달리고 있는 張군의 가장 큰 기쁨은 형을 만나 얘기를 나누는 것. 張군은 "장차 훌륭한 공학자가 되는 게 꿈이지만 이혼한 부모가 다시 합치고 IMF가 빨리 끝나 아빠가 튼튼한 직장을 얻는 것이 먼저 이뤄지면 좋겠어요" 라고 말했다.

강홍준 기자

〈kang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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