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서울광장은 시민 모두의 것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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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경찰이 내일 서울 도심의 서울광장·청계광장에서 야당과 시민단체들이 열 예정이던 ‘6·10 범국민대회’ 집회를 허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서울시도 “행사 취지가 광장 조성 목적에 맞지 않는다”며 행사를 불허했다. 서울광장의 승용차 자율요일제 참여 캠페인, 청계광장의 6·25 기념 사진전 등 먼저 집회 신고를 한 행사들에 우선권을 부여한 결과라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그러나 단순히 어느 단체가 집회 신고를 빨리 했느냐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쯤은 삼척동자도 짐작할 수 있다. 좌파 성향 시민단체들이 “서울광장의 주인은 시민”이라고 강변하며 광장 사용 허가제를 신고제로 바꾸는 등 서울시 조례를 개정하자고 주장하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문제는 이들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시민’이 도대체 누구냐는 점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이 끝난 다음 날 서울광장 일대에서 경찰버스를 곡괭이·각목으로 부수고 버스 안의 전경들을 폭행한 사람들이 시민인가. 아니면 지난달 ‘하이 서울 페스티벌’ 행사장에 난입해 무대를 점거하고 살충제에 불을 붙여 경찰에 던진 사람들이 시민인가.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은 ‘집단적인 폭행·협박·손괴·방화 등으로 공공의 안녕 질서에 직접적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 또는 시위’는 주최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집회·시위 주최자에게는 질서를 유지할 의무도 지워져 있다. 그런데도 2004년 5월 서울광장이 개장한 이래 서울시민들은 야간에 도심을 무법천지로 돌변시키는 불법·폭력시위를 지긋지긋하게 겪어야 했다. 선량한 진짜 ‘시민’들이 적법하게 평화적으로 집회를 열어 주장할 것을 주장한 뒤 해산한다면 탓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우리는 폭력시위의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집회 자체를 원천 봉쇄하는 데 대해 이미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침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집회만 열었다 하면 쇠파이프·각목을 휘두르고 경찰을 폭행하는 짓이 습관화된 사람들은 자신들이 진짜 ‘시민’들에게 얼마나 큰 피해를 주는지 통렬히 반성해야 한다. 어제 오세훈 서울시장이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집단적 의사 표현의 장소로 서울광장만은 가급적 피해 달라”고 호소한 데도 귀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 오 시장의 말대로 ‘서울광장에서 폭력적으로 표출되는 의견들’은 결국 우리의 국가브랜드 가치만 떨어뜨릴 뿐이다.

서울광장은 시위대나 선동꾼의 전유물이 아니다. 불법·폭력의 장(場)으로 자리매김돼선 안 된다. 일부 단체의 주장대로 서울광장 집회를 신고제로 할 경우 폭력시위가 일상화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주말에 아이를 데리고 산책 나온 평범한 시민에게도 광장을 즐길 권리가 있다. 굳이 집회를 열어야겠다면 사회적 합의에 따른 ‘룰’을 지켜라. 지금대로라면 다음 달 개방되는 광화문광장도 서울광장의 전철을 밟을 게 뻔하다. 서울광장은 서울시민 모두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