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사우디 이기면 북한도 본선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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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바하마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총회 때 북한 대표팀 관계자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에) 기필코 승리를 거두어 달라고 부탁하더군요.”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하고 개선한 대표팀을 환영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에 나온 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의 말이다. 그만큼 북한은 절박한 상황이다. 북한은 6일 평양에서 열린 이란과의 홈경기에서 0-0으로 비겨 3승2무2패(승점 11)로 B조 2위를 지켰다. 승점 1점 차이로 경합하고 있는 북한과 사우디(승점 10)는 17일 리야드에서 최종전을 벌인다. 이 경기 승자는 본선에 자력으로 진출한다.

10일 서울에서 열리는 한국-사우디전은 2위 경쟁의 중요한 변수가 된다. 한국이 이기거나 비기면 북한이 크게 유리해진다. 이 경우 북한은 사우디와 비겨도 본선행 티켓을 딴다. 기술이 뛰어난 사우디를 상대로 북한이 원정 경기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북한으로서는 한국이 사우디를 잡아주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4월 서울에서 한국에 0-1로 패한 뒤 “선수들이 식중독에 걸려 제대로 못 뛰었다”며 생떼를 부린 북한의 운명을 절반쯤 한국이 쥐고 있는 셈이다.

허정무 감독은 “본선 진출이 결정됐으니 북한도 동반 진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을 위해 사우디전에 무리수를 둘 이유는 없다. 북한은 8강에 올랐던 1966년 잉글랜드 대회가 유일한 월드컵 출전이다.

한편 A조에서는 일본과 호주가 나란히 본선 출전을 확정지었다.

인천공항=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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