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회 정부 시대] 下. 이런 점은 고쳐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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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 김광웅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대통령 자문위원회는 옥상옥(屋上屋)이자 새로운 권부입니다."

초대 중앙인사위원장을 지낸 김광웅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위원회가 중요한 결정을 도맡게 되면 관료들은 허수아비가 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민간 전문가들로부터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자문기구가 결정기구 역할까지 하는 것은 정상적인 정부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위원회가 지나치게 대통령을 중심으로 움직인다"며 "대통령의 권한을 존중해야 하지만 국회가 있는데도 대표성이 없는 사람들이 모여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위원회가 내놓은 각종 중장기 계획(로드맵)에 대해서도 쓴소리가 이어졌다.

김 교수는 "실제로 언제 실현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신약 개발 발표하듯 정책을 발표하는 것은 국민의 기대감만 키울 뿐 실제로 달라지는 것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위원회의 구상이 항상 모범답안은 아니다"며 "예산을 고려하지 않고 이상적인 것만 내놓으면 처음엔 그럴 듯하지만 실제로 시행할 수 있는 것은 발표한 것의 10%도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올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소(IMD)의 평가에서 36위에 그친 정부의 경쟁력을 5년 후 세계 10위권으로 끌어올리겠다는 행정개혁 로드맵은 실현성이 의문스럽다는 얘기다. 또 위원회별로 검토하고 있는 각종 과제나 연구 용역들은 이전 정부에서 했던 것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생각과 실천이 따로 놀고 열의만 있고 현실을 모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개혁을 하려는 사람들은 과거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잘못을 저지르기 쉽다"며 "공무원들을 개혁의 대상으로만 삼아서는 제대로 일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위원회를 만든다고 관료 조직의 문제점을 일소할 수 있다는 생각은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그는 "유능한 관료가 마음놓고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기존 관료 조직을 잘 활용하는 것이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특별취재팀=홍병기 차장(팀장).김종윤.장세정.김영훈(경제부), 신성식(정책기획부), 김성탁(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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